ADVERTISEMENT

사시합격은 여전히 '황금직장' 보증수표

중앙일보

입력

사법연수원생들이 수료 당시 30% 가량 미취업 상태였다가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전원 직장을 잡는 현상이 올해도 반복됐다. 연합통신은 사법연수원이 5월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올해 수료한 사법연수원 34기생 957명 중 96명이 예비판사, 85명이 검사로 임관했고 군 복무자 146명, 유학 및 학업을 선택한 1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변호사 등으로 취업에 성공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는 청년층 실업률이 5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하며 7.8%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연수원 수료 당시 미취업자 213명(29.1%)이 1년도 안돼 모두 직장을 구한 데 이어 올해 수료식에서 진로를 정하지 못한 320명(33.4%)도 1명의 예외없이 사회로 진출했다. 다만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등 비법조 영역으로 진출한 연수생들이 지난해 98명에서 올해 131명으로 33.7%나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수료생 중 감사원과 경찰청, 외교통상부 등 공공기관에는 모두 58명, 삼성 등 기업체 사내변호사로는 55명이 취직했으며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과 아름다운 재단 등 시민단체에도 18명이 진출했다.

본인이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한 경우는 185명에 그친 데 비해 법무법인과 개인 법률사무소에 입사한 수료생들은 각각 178명, 126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자료는 사시 합격자들이 비록 판.검사 임관이나 변호사 활동 기회를 갖지 못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에는 쉽게 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연수원 1천명 시대'를 맞은 사법고시 합격자들이 구직난을 겪고 있다는 변호사 단체 등의 주장은 로스쿨 정원 감축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노린 과장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내 법조인 1인당 국민 수가 5783명에 이르는 등 외국보다 법조인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벌써부터 법조인력이 과잉 양산돼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변호사업계의 주장은 '엄살'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임관이나 개업 대신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취업으로 진로를 택하는 후배들이 많다. 사시 합격자 증가 등 법조인력 시장변화에 맞춰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지위를 찾아가려는 모습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