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한 여권 중 2장은 가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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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화 34만 달러 밀 반출 기도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남부지청과 세관은 15일 여행자 수표를 환전한 4개 은행 중 외환 은행 삼일로 지점과 신탁은행 본점에서 환전을 대행한 사람이 남미 이주 공사 문산 지소와 거래가 있는 이민대행 브로커 이영진씨이며 조흥은행 반도 지점에서는 이민 예정자 이형출 씨(40·서울 궁동 l92의19)·김봉섭 씨 등 이 이민 예정자 103명의 여권을 이용, 환전을 했음을 밝혀 내고 브로커 이 씨와 이형출 씨·김봉섭 씨 등을 전국에 수배했다.
수사기관은 또 4개 시중은행에서 거액의 달러를 환전해 간 정기만 씨(26)등 4명의 여행자 수표는 모두 1백41장 14만1천 달러로 공항에서 발견된 87장보다 54장이 많은 것을 밝혀 내고 반출기도 범인들이 이번 34만 달러 이외에 또 다른 거액외화를 반출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또 환전해 간 이순덕 씨(35·여)와 김복희 씨(28·여)등 2명의 여권 이면에 「환전 필」이 돼 있지 않고 이들이 입국할 국가는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도 비자발급을 받지 않았고 조흥은행 반도 지점에서 환전한 날짜가 5월7일인데 반해 이 은행에서 돈을 바꿔 간 것으로 은행대장에 기재되어 있는 김복희 씨는 외무부에서 여권 교부를 6월4일에 한정으로 보아 범인들이 김 씨 등의 이름을 여행 알선기관에서 빼내 여권을 대량 위조, 환전에 쓴 것으로 보고 가짜 여권 발급 처와 여행 알선기관 종사자에 대해 수사중이다.
수사기관은 조흥은행 반도지점에서 바꿔 간 여권 소지자 1백3명 중 이모 씨(30·여)등 2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이들은 모두 남미 해외이주대행공사에 여권을 맡기고 해외이주절차를 위탁한 것을 밝혀 내고 남미 이주공사와 환전해 간 김·이 씨 등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 씨 등 10명의 여권 뒷면에 환전 필 도장을 지운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음을 확인, 김봉섭 씨 등 이 이들의 여권을 도용한 뒤 환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지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기관은 문제의 여행자 수표를 환전한 이민 예정자들이 남미 이주공사에 절차대행을 의뢰했고 외환은행 삼일로 지점 직원들이「해외개발공사 이영진」이라고 밝힌 환전 대행 자에게 52명분의 외화를 바꿔 주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브로커 이 씨가 이 사건의 배후 조직 중 1명이거나 배후조직에서 환전을 의뢰 받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브로커 이 씨 외에도 이 사건에 관련된 브로커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기관은 또 대규모 여권위조 사기단과 기지촌주변 해외이주 대행업자, 브로커, 또는 하수인들을 찾고 있다.
검찰은 또 은행에 여행자 수표를 발급 받기 위해 제시한 여권 명의 자 1백3명 전원에 대해 환전 신청일자, 본인 또는 대리인에 의뢰 여부, 신청금액, 실제 영수 액, TC 국내유출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는 한편 이순덕 씨·김복희 씨를 검찰로 불러 여권발급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있다.
검찰은 또 외환은행 삼일로 지점 외환 계 C대리 등 은행원 3명을 소환, 여행자 수표에 환전자의 사인을 받지 않고 TC를 발급한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한편 이형출 씨는 금양 이주공사에 미국이민 허가절차를 맡겨 79년 6월18일 이주 허가를 받았으나 지금까지 이민을 않고 해외여행 알선기관과 접촉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남미 이주공사>
서울 청진동 225에 본사를 두고 오산·동두천·문산 등 전국에 6개의 지사를 둔 이민업무 대행공사다.
이 공사는 지난 76년 7월 설립됐으며 현재 월 평균 4백인 여 명이 미국 등지로 이 곳을 통해 이민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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