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철 사업체계 세우자" 노동당 사무실에 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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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환갑을 맞은 2002년께부터 평양의 노동당 조직지도부 사무실에 '김정철(김 위원장의 차남) 동지의 사업체계를 세우자'는 구호가 걸리는 등 후계 체제 수립을 위한 움직임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위원은 18일 한국정치학회보(2005년 여름호)에 게재한 '김정일 시대의 북한의 후계 문제:징후와 후계구도'논문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한 뒤 "이는 김정일이 김정철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축적에 들어갔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7년 전부터 개인 숭배 징후=김정철의 생모인 고영희에 대한 개인 숭배는 1998년 최전방 북한군 민사행정경찰에 국한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부인인 고영희를 '사모님' '우리 어머님'으로 불렀고, '사모님 따라 배우기'를 군 총정치국이 활발히 전개했다. 김 위원장의 매제(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활동이 2003년 하반기부터 중단되고, 그의 측근들이 숙청된 것도 고영희 세력의 장성택 무력화 시도라는 게 정 연구위원의 논문 요지다. 한때 후계자로 유력시됐던 장남 김정남은 생모 성혜림이 김 위원장과 정식 결혼을 하지 못한 데다 이모 성혜랑이 외국으로 망명한 사실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해 밀려났다는 것이다.

◆ 당 전원회의서 후계 공식 결정=후계 문제는 단순히 최고지도자의 교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세대교체와 정치.사회적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정 연구위원의 견해다. 그는 "김정일의 아들이 후계자로 지명되면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기 어렵게 되고 현재의 수령 절대독재 체제가 완화된 형태로라도 온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로서는 김정철이 후계자로 가장 유력시되며, 김 위원장은 수년 내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후계자를 공식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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