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기장사 호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미국무기의 해외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이 취임한 후 1년 동안 미 의회에 제출한 해외군사무기 판매동의서는 무려 2백50억 달러 어치를 넘어섰다.
미국역사상 최고 액수인 이 같은 무기판매고가 82회계연도엔 3백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카터」대통령 재임시에 미국의 해외무기판매량을 연평균 1백40억 달러 정도로 억제했던 것과 비교하면 「레이건」의 등장 이후 미국제무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해외로 수출됐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소련팽창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고는 있지만 「레이건」행정부의 3대 국방정책은 △군사비 증강 △핵무기개발계획확대 △해외무기판매 및 군사원조 증가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같은 원칙아래 「레이건」행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사실상 해외무기판매정책을 완전 자유화시켰다.
「카터」대통령은 「인권외교」를 내걸고 인권탄압사례가 있는 국가나 독재정치를 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무기판매를 극도로 제한하는 정책을 고수해 왔으나 「레이건」은 그러한 미국정부의 기존방침을 철폐해버린 것이다.
이러한 「레이건」의 방침에 따라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중공에 대한 미국제 공격용 군사무기의 판매를 승인했고, 베네쉘라에도 라틴아메리카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최신전투기 F-16기 24대(6억1천5백만 달러)의 판매를 허용했다.
「레이건」은 또 「카터」행정부 때 미국제 무기수입에 고역을 치렀던 「인권미달국」인 파키스탄·아르헨티나·칠레 등에 대한 판매 제한 조치를 철폐하도록 의회에 요구했고 실제로 파키스탄에 대해 40대의 F-16전투기(11달러) 판매와 16억 달러의 군사차관을 허가했다.
「카터」대통령이 재임 중 60개국에 대한 10억 달러 어치의 무기판매를 거부했고, 인권탄압국 15개국에 대한 무기판매량을 대폭 감축시킨 것과는 좋은 대조가 아닐 수 없다. 「레이건」행정부의 관리들은 대기업체들이 활기를 띠어야만 미국의 GNP도 올라가고 실업자가 구제되며 미국 안에서의 무기생산단가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이건」행정부는 해외무기판매 뿐 만 아니라 대외군사원조액도 계속 늘려가는 추세다. 역시 「카터」행정부 때 설움 받았던 이른바 인권미달국들에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이 요청한 83회계연도의 군사원조 7대 수혜국은 이스라엘(17억 달러), 이집트(13억 달러), 터키 (4억6천9백만 달러), 스페인(4억4백만 달러), 그리스(2억8천3백만 달러), 파키스탄(2억7천6백만 달러), 한국(2억1천2백만 달러) 등으로 나와있다.
미국의 해외무기판매는 동맹국 뿐 아니라 제3세계에 대한 판매도 완전히 미국무가 리드하고 있다.
미국과 미국동맹국들이 제3세계에 판매한 무기는 소련과 소련동맹국들이 판매한 양을 훨씬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무제한적인 「레이건」행정부의 해외무기판매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방위정보센터(CDI)는 최근 미국의 무기판매정책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하고 「레이건」행정부의 정책을 맹렬히 비난했다.
전직 미군 고위장성, 대학교수, 실업인 등으로 조직된 CDI는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이 무기판매와 군사원조를 늘리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정치적·군사적 이익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외국에 대한 미국제 무기판매가 소련세력을 견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역분쟁을 더욱 촉진시킬 우려가 있으며 미국이 세계적인 지역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뿐이라고 결론지었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