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창원공장 가보니… 직원 절반 '혁신팀' 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 김쌍수 부회장(앞줄 오른쪽), 이영하 가전사업본부장(앞줄 왼쪽) 등 LG전자 경영진들이 13일 창원공장에서 열린 ‘제 100회 TDR 현장 미팅’에 참가, 유럽형 광파전기오븐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날 100번째 행사를 맞아 아침에 서울에서 내려왔다.

13일 LG전자 창원공장 내 '유럽형 광파전기오븐' 개발실. 10여명의 개발팀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김쌍수 부회장, 이영하 가전사업본부장(부사장) 등 경영진들에게 활동 현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공기 흐름 연구에 시간이 다소 걸리고 있고, 유럽 3개국 시장에 대한 조사도 3개월은 걸릴 것 같습니다."(정현우 팀장)

"연구소장, 팀에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세요. 시장조사는 인원과 비용을 늘려 한 달 만에 마치도록 하세요."(김쌍수 부회장)

10여분간 설명을 들은 김 부회장은 즉석에서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는 총총걸음으로 냉장고 부품 개선팀이 기다리고 있는 다음 연구실로 이동했다. 창원 공장에서 100회째를 맞은 'TDR 현장미팅' 풍경이다.

LG전자의 독특한 혁신 활동인 'TDR'은 'Teardown & Redesign'의 약자. 기존 사고와 관습을 철저하게 허물고 다시 짠다는 뜻이다. 개발 과제나 개선 사항이 있으면 부서에 상관없이 필요한 인원이 동원돼 본업을 제쳐놓고 매달리는 일종의 TF(특별팀) 활동이다. 그러나 LG전자 창원공장에서는 '특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400여개팀에 공장 인력의 절반이 참가하고 있을 정도로 일상화돼있다. 공장을 안내한 한 직원은 "창원 공장에서 '혁신은 곧 신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은 이 같은 혁신 활동에 '공장의 명운'을 걸고 있다. 사업본부장을 비롯한 관련 임원.간부들은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차례씩 이틀을 할애, 40여개의 TDR팀을 방문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때로는 질책이, 때로는 격려가 쏟아지는 '현장미팅'은 그야말로 직원들에겐 긴장과 스트레스의 순간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분해.해체를 뜻하는 'Teardown'을 '눈물이 떨어진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경영진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10년전 TDR 활동을 시작한 김쌍수 부회장(당시 전무)은 이날 100회째 행사를 맞아 바쁜 일정에도 창원에 내려와 미팅을 주재했다. 김 부회장은 2003년 말 CEO로 임명돼 서울로 떠나기 전 85차례나 빠짐없이 참석했다. 회사는 매달 우수팀을 뽑아 부부동반 해외여행과 함께 두둑한 포상금을 준다. 10년간 해외 여행 티켓을 받은 사람은 배우자를 포함해 9000여명. 종이 한 장은 아껴 쓰겠지만, 포상은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 측 생각이다.

혁신 활동의 결과물은 고스란히 경영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건비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힘들다는 백색 가전이지만, LG전자 가전사업부는 해마다 7~8%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김인석 경영기획팀장은 "TDR 활동에서 나온 각종 성과물이 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은 60%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하 부사장은 "반도체나 LCD와 달리 가전 산업은 '획기적인' 기술보다는 현장에서의 작은 개선과 아이디어가 모여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이런 혁신 활동이 없었다면 고유가와 환율 충격을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