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가 사기업 인사도 개입하려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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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보유한 인사정보를 민간기업에도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발단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반부패기관협의회에서 "사회지도층의 부패.비리.부도덕 등 반사회적 행위는 아직도 사회의 통제 밖에 있다"며 강도 높은 예방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는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큰 것으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을 범하는 꼴이다.

정부가 막강한 정보력으로 축적한 개인의 신상정보를 민간기업에 제공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우선 그런 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냐에서부터 문제가 된다. 당연히 사생활.개인권리 침해라는 위헌 문제가 나올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정부가 민간기업의 인사까지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 인사에까지 정부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것이 제도화된다면 정부 혹은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를 채용하는 데 기업이 직접적인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민간분야 사회지도층의 부패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상당한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인사에 활용하기 위해 인사파일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거기에 사생활을 침해하는 부분이 없을지 의문이다. 이는 명백한 권력의 남용이다.

청와대는 이런 방침이 언론에 노출되자 '장기적 검토과제'라며 한 발 물러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사전에 충분한 검토과정 없이 불쑥 대통령의 지시형태로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이 어떻게 이 같은 위헌적이면서도 권력중심의 발상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대통령은 민간기업 인사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정부 인사부터 제대로 하라. 정치 주변의 무자격 인사들을 공기업 사장 등에 떼거리로 임명하는 것부터 고쳐라. 비리 정치인들을 대거 사면하겠다면서 웬 민간기업 부패 타령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