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택근무가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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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경=신성순 특파원】집안에 앉아 공부도 하고, 회사 일도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자택근무를 실시하거나 예정하고 있는 기업이 30∼40개 사에 이르며 앞으로 이런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택근무는 주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취급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채택되고 있다.
계산센터인 자 코스는 지난3월부터 3명의 프로그래머를 자택 근무시키고 있다. 전전공사가 개발한 서류 송수신 기기 팩스 (FAX)를 집에 설치해 주고 본사에서 보내는 설계의뢰서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어 송신하면 된다.
회사에 나오는 것은 열흘에 한번 정도면 충분하다.
일본능률컨설턴트는 출산·육아 등으로 출근이 곤란한 10명의 주부 타이파스트 들을 자택 근무토록 하고 있다.
키츠 프로피라는 기계를 집에 설치해 주고 생명보험 등의 데이터를 타이핑해 주 2, 3회 본사에 보내기만 하면 된다.
두 회사 모두 출퇴근 때보다는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판단, 자택근무직원을 늘릴 계획이다.
자택근무는 히따찌 소프트웨어, 후지쓰 등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규모와는 관계없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사와 종업원간의 이익이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회사측은 점차 비싸 지기만 하는 사무공간을 가정으로 분산시키고 직원들의 출퇴근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무자의 입장에서는 출퇴근시간이 없어져 자유시간이 늘어나며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회사와 먼 거리에 살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작년 가을 동경에서 열렸던 국제 교통안전학회의 심포지엄에서는 자택근무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긍정론자들은 주부와 노인들의 취업기회가 늘어나고 교통비가 절감된다는 견해를 주장한 반면 부정론자들은 자택근무가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깨뜨려 인간을 나태하게 하고 가족관계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컴퓨터의 일반화 추세에 따라 사무자동화는 필연적인 추세이므로 자택근무가 늘어나리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자택근무는 최근 교육분야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동경에 있는 진학스쿨은 지난1일부터 가정학습을 실시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고교진학을 앞둔 중학2,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친다. 교과서나 교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진학스쿨과 연결된 전화 팩스를 두드리면 된다. 대기중인 선생님이 학생들의 질문에 상세한 해답을 전송해 주는 시스템이다.
또 의대 진학 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진학학원에서는 지방의 수험생들을 위해 팩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학원 가의 이 같은 가정학습 시스템 도입은 작년 가을부터 전전공사가 팩스 사용료를 월 1만5천엔(약 4만5천 원)에서 3천7백엔(1만1천 원)으로 대폭 인하했기 때문이다.
샐러리맨과 학생들에게 밀어닥치고 있는 이 제3의 물결이 미래의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밀려오는 파도에 적응할 준비를 갖춰야 하는 것이 이제부터의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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