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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부인’ 한국 나들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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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와타나베 부인’이 한국 나들이에 나섰다. 와타나베 부인이란 일본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기대수익률이 높은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투자자를 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4~9월 순매수를 이어가며 3조원 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유럽계 자금이 3조425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은 10월에도 330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싱가포르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이어 3위다.

 와타나베 부인이 한국 주식 쇼핑에 나서는 건 일본의 ‘제로 금리’ 정책 때문이다. 저성장·저금리로 일본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투자자들이 싼 이자로 돈을 빌려(엔캐리 트레이드)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대투증권 이재만 주식전략팀장은 “최근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일본계 자금 유입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일본 공적연금이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국내 증시엔 긍정적이다.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는 지난달 31일 해외주식투자 비중을 12%에서 25%로 늘리고 해외주식에 투자할 때 사용하는 벤치마크를 기존 MSCI 선진국지수 대신 MSCI 전세계지수로 바꿨다. 포트폴리오에서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고 선진국 외에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미다.

 GPIF가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과정에서 한국에도 일부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한국은 MSCI 지수에 포함된 신흥국 중 중국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대신증권 오승훈 시장전략팀장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진행되는 내년 4월까지 국내 증시에는 월평균 6000억원, 총 3조원의 자금이 들어올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와타나베 부인은 어떤 종목을 샀을까.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시가총액 상위주를 많이 담는 외국인의 특성상 안정적인 대형주가 많은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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