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첨단기술 유출자 처벌 강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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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중앙지검은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빼내 해외로 유출하려 한 혐의로 전 하이닉스 직원 7명을 적발해 이들을 기소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이들은 6000억원대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NAND플래시 90~120나노미터 반도체 기술과 반도체 제조공장 설계 자료 등을 빼내 중국에 공장을 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반도체.휴대전화.자동차 등은 경제난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지탱해 주고 우리를 먹여 살리는 핵심 산업이다. 이 분야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줄줄 새나간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불과 몇 년 안에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고, 우리의 밥줄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해외에 기술을 빼돌리려다 적발된 경우가 2002년 5건, 2003년 6건이었으나 지난해 26건으로 급증했다. 피해 예상액도 2002년 2000억원에서 지난해 32조9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기술 유출의 형태도 다양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돈을 미끼로 한 '산업 스파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은 중국 회사를 투자자로 끌어들여 공장까지 세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엔 회사 매입이나 합작 등 합법적인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개인의 돈벌이에만 눈이 어두운 황폐해진 윤리의식이 문제다. 기술의 해외 매각이 너무 쉽게 이뤄지는가 하면 돈 몇 푼에 회사의 핵심 기술마저 팔아넘긴다.

현대는 기술 전쟁 시대다. 기술 수준이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술을 팔아먹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과 같다. 선진국들이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기술 유출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 적발된 기술 유출의 70% 이상이 정보기술(IT) 분야다. 또 유출자의 신분은 전.현직 직원이 90%를 넘는다. 바로 여기에 해답이 있다.

정부는 정보기술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대응체제를 구축하라. 기업들도 사내 보안체계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