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아진 "추가인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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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심수습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소리, 당 운영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민정당 의원들로부터 높아지고 있다.
당직개편 후 제113회 임시국회가 열리던 지난달 28일 의원총회에서 활발한 토론이 있은 이래 이들의 소리는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임시국회결산 의원총회가 2시간의 짧은 시간에 끝나고 아직 가슴속을 파헤치지 못한 의원들이 3, 4일 이틀간 국회상임위별로 가진 간담회에서 당면한 시국수습과 당 운영방법에 대해 속생각을 솔직이 털어놨다.
5일 열린 당직자 상임위원장회의에서 집약된 이들의 의견들에는 비슷한 흐름이 발견된다.
즉 △민심수습을 위해서는 추가인책이 필요하고 △당은 의원중심으로 활성화해야한다는 큰 흐름이 그것이다.
장 여인사건으로 인해 빚어진 난국의 수습에 있어 대체로 지난 5·21 개각의 효과가 불층분한 것으로 지적됐다.
인책의 범위에 있어서 『총리이하 관계장관』『경제팀』『관계장관과 문교장관』등으로 약간의 차이는 보이고 있지만 추가적인 인책조치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 『개각이 불충분했다』 『새 내각의 면면이 민심수습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주장들. 그래서 『참신한 민간인을 등용해서 분위기를 쇄신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추가조치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민심에 반하기 때문에 사태를 그르칠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영수회담의 조속한 실현과 정부측의 사과담화발표 등이 일련의 관련조치로 제안되었다.
대통령 밑에 미국의 국가안보회의(NSC)와 같은 위기관리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정치스타일에 관한 개선 주문도 적지 않다. △권력주변의 정리 △직언·직간할 수 있는 인물의 확보 △정치에 대한 안이한 판단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고 △그때만 넘기려는 미봉책 △눈치나 살피는 관리들의 태도 등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의원들은 시국수습이나 정부시책의 진행에 있어 민정당의 영향력 반경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1주일에 한번씩 당직자들이 총재를 만나 민심을 직접 전달하는 기회를 가져야한다는 안도 있었다.
『민의는 다른 기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민정당에 의해 직접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의 당직자란 핵심 소수간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다수의 당직자가 참여해야한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특히 개각 등에 있어서는 민정당이 자문역을 담당해서 좋은 인재를 내세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다.
『당 우위라고 하지만 당 우위가 실현되려면 인사문제에 있어서 당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 얘기다.
이와 함께 정부인사에 있어서 지역편중은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요인이므로 지역안배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의원들은 그들의 기능과 권능이 최대한 발휘되려면 당 운영이 「의원중심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똑똑한 의원들도 바보로 만들고 있는』사무기구 중심의 일선체제는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것. 「사무기구보다 대의기구를 활성화하고」의원총회도 활발히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이 반영 안 되고 원내총무가 참고나 하겠다면 소용이 없다』고 하의상달의 보장을 요구하는 의원도 있었다.
당정간의 정책협의, 정책개발에도 불평이 적지 않다. 『의원들의 의견이 정부에 개진될 통로가 막혀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측과의 협의창구로 되어있는 사무국소속의 정책조정실이 『사전협의도 없이 불쑥 법안을 내놓는다』는 불평이 나왔다. 막상 이것을 통과시켜야 할 의원들은 상위에서 이를 따지면서도 자기주장이 당 방침과 맞는 것인지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당직이 없는 의원들이 참여하는 당 활동은 당 정책분과위이지만 사후 통보나 받는 게 고작이라는 주장들.
그래서 당정협의의 창구는 정책위 분과위원장과 장관이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의원은 『현 제도로 운영의 묘를 기해간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근본적으로 지금과 같아서는 곤란하다』고 제도개선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의원들은 이밖에 한자리숫자 물가를 전제로 한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실물경제 팀과 청와대 경제비서진과의 견해차이로 인한 경제정책수립의 혼선도 지적했다.
의원들의 이 같은 고언과 제의가 어떻게 수용될는지는 아직 미지수. 민정당의 각 지구당 위원장들은 모두 의원들이다. 의원들이 이 같은 의견을 갖고있다면 당 운영이나 조직정비에서 내부적인 문제가 있음직도 하다. 당직 개편 후 일기 시작한 이 새로운 바람 속에 의원들의 제안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지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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