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심각한 부작용(3)|약|김신근<서울대 약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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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의약품을 인체에 투여하는 목적은 대부분 그 약이 몸 속에 들어가 질병을 치료해 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약품이 몸 속에서 질병만을 물리치는 예는 극히 드물고 많은 의약품이 크든 작든 소위 부작용이라는 것을 일으킨다.
약품은 한가지 약리 작용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부작용을「질병의 예방·진단·치료의 목적, 혹은 생리적 기능을 변화시킬 목적으로 인체에 보통으로 사용되는 양에서 나타나는 인체에 유해한 반응」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의약품의 부작용은 위장장애· 발진· 두통·어지러움 등 비교적 가벼운 것에서부터 혈액장애·간장애·신장애·정신장애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키는 것들이 있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무서워 약을 안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약의 선택, 용량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전문가들이 다소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어떤 약을 쓸 때는 그 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약제의 부작용과 유효성을 비교할 때 환자에게 어느 것이 이익이 되는가를 판단, 그래도 유효 쪽으로 기운다고 판단이 섰을 때이다.
일례로 일부 암 환자에 사용되는 항암제 등은 그 독성이 강해 머리가 빠진다 든가 심한 구토증세를 나타낸다. 이런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어 환자는 오히려『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의사는 그 항암제에 의해 암세포가 축소되는 현상이 있을 때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투약을 계속하게 된다.
또 어떤 약을 투약할 때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부작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다른 의약품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약의 부작용은 누구에게나 일률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질병을 함께 갖고 있는 A에서는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약도, 한가지 질병만을 가진 B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같은 A라도 신체가 쇠약해 있다든지 음주를 한 상태에서는 부작용이 더욱 커지는 수가 있다.
이런 점들이 전문가의 지시 없이 의약품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성립시켜 준다.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의약품의 오용·남용에 따른 위험이다 의약품에 관해 전혀 무지한 사람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약의 종류를 선택하고 복용 량을 정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들이 가진 의약품의 지식은 대부분 약품의 형태·선전물·매스컴에서 얻은 것들이다. 사실상 오늘날과 같이 의약품이 다양화되고, 복잡하며, 강력한 작용을 갖는 것들이 양산되는 사회에서는 전문가라 할지라도 1백%의 완전을 기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약은 본래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에 의해 투여되어야 한다. 선진제국에서는 이런 체제아래서 처방전에 의문이 있을 때는 약사와 의사가 상담해 가면서 조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그러한 시기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약을 선택하는 사람이 좀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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