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없는 여가수들…정상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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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가요계에 여자 톱 가수는 진짜 누구일까? 몇 년 전만 해도 윤시내 이은하 혜은이 등 헤비급 여자가수들의 이름들을 들먹였다. 그러나 이들의 인기가 점차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가요계의 주류 세력이 남자가수들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대마초사건 이후 갑자기 솟아오른 조용필, 김지미와 이혼을 감수하면서까지 컴백한 나훈아, 갑자기 귀국해 활동을 서두르는 남진, 지난 4윌 초 국내 정착을 선언한 조영남 등 이 바로 여자스타 부재 속에서 활발히 활동을 꾀하는 일군의 남자가수들이다.
이토록 중량급 남자가수들 사이에서 누가 옛 여자가수들이 누렸던 영광을 재현시킬 것인가.
제2의 이미자 패티김 김추자 윤시내 이은하 혜은이 등 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여자가수들의 치열한 인기경쟁의 실태를 살펴보자.
우선 레코드 가에서의 인기는 단연 정재은 양과 김연자 양. 정양은『항구』와『연락선』 으로 자신의 어머니(이미자)를 능가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김 양도 작년도 자신이 여자가수로서는 최대의 메들리테이프 판매기록을 세운 것을 앞세워 인기경쟁을 늦추지 않는다.
작년도 KBS가요대상을 받은 이정희 양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은하 혜은이 윤시내 양 등을 물리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해서 톱 가수임을 자처한다.
이양은『왜 나는』『비 내리는 밤에』등으로 새 인기작전에 몰두하고 있다.『옛시인의 노래』를 불러 대학가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한경애 양도 만만찮은 도전자. 자신이 한 아이의 어머니임을 감추지 않고 최근엔『파도였나 요』를 발표,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람 사랑 누가 말했나』를 부론 남궁옥분 양은『에헤야 친구야』로 새 바람을 시도하지만 아직 국내가요 인기차트의 끝머리에서 맴돌고 있는 상태.『88올림픽』을 재빠르게 발표해 일본NHK방송까지 탔던 민해경양은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로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 와일드캐츠 멤버로 활약하다가 솔로로 독립한 임종임은『나는 가야 해』로 넓은 층의 팬을 확보. 그러나 82 MBC국제가요제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정상도전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여자가수 톱 자리의 또 다른 다크호스로 지목되는 가수는 계은숙 양. 계 양은 방송가·레코드가·밤무대 등에서 폭넓은 인기를 얻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일으킨 스캔들로 소문 없이 사라졌었다. 그러나 최근『나에겐 당신밖에』『다정한 눈빛으로』등으로 재 활동을 시도.
여의도 KBS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주애나 양도『타인의 목소리』『그대는 당신이 필요해』등의 곡을 김영광으로 부 터 받아 놓고 인기작전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 같은 여자가수들의 정상경쟁에 대해 가요평론가 윤익삼씨는『조용필 등 초대형 남자가수들한테 눌려 여자가수들이 빛을 못 보는 경향도 있기만 사실 여자가수 지망생들이 노래실력보다는 예쁜 마스크와 신선감 만을 갖고 가요계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히 대중문화 속에서 소모품 적 역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TV방송국이 여자가수들에게 노래실력보다는 미모나 춤만을 너무 강조하는데도 문제는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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