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 시험 7년째 안치러|시험일자까지 공고한 뒤 몇 차례나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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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약업사 시험이 보사부의 무성의로 7년째 중단,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보사부는 그 동안 한약업사 제도를 폐지 또는 재검토한다는 이유로 일부 시-도가 공고한 시험시행일자까지 취소하면서 금년상반기 중에 시험을 실시토록 한다고 지난해 약속하고서도 시험시행공고 시한인 5월말이 되자 대민 약속을 스스로 어긴 채 다시「연내 실시」로 미뤄 버렸다. 이 바람에 보사부만 믿고 시험시행을 고대해 온 수많은 응시희망자들은 허탈상태에 빠진 채 보사부의 이 같은 처사는「불신행정의 표본」이라고 분개, 빠른 시일 안에 확실한 방침제시가 없으면 집단투쟁도 불사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약업사 시험은 약사법 상 시-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실시하도록 돼 있으나 보사부가 제도 재검토를 이유로 실시를 막아 75년 12월 경남도가 실시한 것을 마지막으로 76년 이후부터 중단돼 왔다.
보사부는 고졸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5년 이상 한약방 등에서 일한 실무경력자 가운데 시험을 치러 동에는 1명, 읍-면에는 2명 이내 정원으로 허가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한약업사 제도가▲의료인력이 부족할 때 무의 면·무약 촌 해소의 방안으로 마련된 잠정적 제도이며▲의료인력의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자격수준을 높일 필요성이 있고▲법 상 기성 한의 서에 수재 된 처방 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한약을 혼합·판매하도록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데도 한약업사가 사실상 한의사 노릇을 하고 있는 폐단 등을 고려, 그 동안 한약업사 제도 자체의 폐지를 검토해 왔다.
보사부는 이에 따라 77년 전남, 80년1월28일 전북, 80년 12월12일 경기, 81년 9월24일 경기·충남도가 각각 공고했던 한약업사 시험시행 승인을 취소토록 했었다.
전국 3천여 개 한약방에서 일하며 시험준비를 해온 3만여 응시희망자들(추첨)은 시-도와 보사부 그 밖의 관계기관에 끈질기게 시험실시를 요구해 왔으며 그 때마다 시-도에선『보사부지시』라고 미루고, 보사부는『법률상 시·도지사』의 권한이라고 발뺌하는 가운데 확실한 방침제시도 없이 7년째 세월만 보내야만 했다.
응시희망자들은 「전국 한약업사 시험추진위원회」(회장 정재중)를 결성, 76년 이후 집단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그 동안 보사부장관이 5번이나 바뀌고 실무국장이 3번 바뀌도록 결말을 못 본 채 지난해 9월24일 경기도와 충남도가 공고했던 시험실시일정마저 보사부의 지시로 또다시 취소되자 격분한 2백여 응시희망자들이 종합청사에 몰려가 합의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보사부는 이들의 합의가 거세어지자 『효년 상반기 중 전국에서 일제히 한번만 시험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보사부는 그러나 한약업사 제도 폐지를 위한 약사법 개정작업이 약국조제 지침서를 둘러싼 약사·한의사들간의 분쟁 등으로 계속 늦어지자 상반기 실시약속을 어긴 채 오는9월 정기국회에서 약사법을 개정, 한약업사 제도를 폐지하면서 경과조치로 마지막시험을 가급적 연내 실시하겠다고 얼버무리고 있다.
응시희망자들은 이 같은 보사부의 위약에 5월말까지 확실한 방침제시가 없으면 집단투쟁에 나서겠다고 격앙된 기세를 보여 왔다.
한약업사 시험 추진위원회회장 정재중씨는『하루, 이틀, 1년, 2년도 아니고 근 10년째 차일피일 시간만 끄는 행정의 횡포가 도대체 있을 수 있느냐』면서『이는 한약조제를 독점하려는 약사들의 입김에 보사부가 맥을 못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전국의 한약업사는 5천l백50명 정원에 2천6백14명 뿐으로 2천5백36명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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