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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인숙만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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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만필(漫筆)이란 문자 그대로 붓 가는 대로, 내키는 대로 쓴 글. 조선 숙중조의 문신인 서포 김만중이 쓴 '서포만필'이란 책으로 '만필'이란 말은 독자들에게도 낮설지 않다. '인숙만필'은 중견 시인 황인숙씨가 마음 내키는 대로 쓴 산문집.

황씨의 이력을 아는 사람들은 '아니 40대 처녀 시인이 무슨 고색창연한 만필?'이라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를 '4無4有'로 부른다. '집'과 '돈'은 물론 '남편'과 '아이'가 없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시'와 '친구'가 있고 무엇보다 '무소유 정신'과 '베품의 미덕'이 있다.

특히 어려운 친구의 '행상'도 마다않고 알음알이를 총동원해 도와주며 좋게 읽은 책은 꼭 남들에게도 돌려줘 읽게 만드는 '남들에게 주자'파로서의 베품의 미덕은 정평이 나있다.

상투적인 일상을 아연 축제 분위기로 만드는 시인으로서의 전복적 상상력과 낙천적 세계관이 어우러진 48편의 산문이 실렸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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