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돕고, 아픈 어린이 후원하고 … 기업 가치도 쑥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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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호 21면

정갑철 전 화천군수(맨 오른쪽)가 오뚜기가 준비한 1000인의 스파게티 만들기 행사장에서 화천을 찾은 외국인에게 스파게티를 먹여주고 있다. [사진 오뚜기]

기존에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경영 활동과는 별개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영 활동 속에서 사회적 공유가치를 만들어 내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CSV는 2006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사회변화 컨설팅 회사인 FSG의 공동창업자 마크 크레이머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이런 CSV 경영에 앞장서는 곳이 식음료 기업이다.

사회공헌 활동 적극 펼치는 식음료 기업

SPC그룹이 지원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왼쪽). 농심 사회공헌단이 감자농가 일손 돕기에 나섰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선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 동반성장 성공 사례로 파리바게뜨와 경북 영천 미니사과 농가의 협업이 소개됐다. 영천 농가는 2007년부터 일반 사과의 7분의 1 크기인 미니사과를 재배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불량사과로 취급받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12년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미니사과가 파리바게뜨 케이크의 장식으로 쓰이면서 연평균 8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효자상품이 됐다. 파리바게뜨 입장에서도 미니사과가 올려진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 대비 네 배 높은 매출을 올려 ‘윈-윈’ 전략이었다. 또 전국 3000여 개 파리바게뜨 매장을 통해 홍보되면서 영천의 농가들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지역 100여 개 학교에 급식용 미니사과를 납품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07년 30t이던 미니사과 생산량은 2013년 120t으로 네 배 늘었다. SPC그룹은 미니사과 케이크 판매 수익금 일부로 영천 농가에 미니사과 포장상자 1만4000여 개(1년분)를 새롭게 제작해 전달하는 등 ‘공유가치’를 창출했다.

오뚜기는 지난 22년간 심장병 어린이 후원 사업을 통해 3864명(올해 10월 기준)의 새 생명을 탄생시켰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은 10세 이전에 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게 된다. 오뚜기는 1992년 경제적인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술비 후원 사업을 시작했다. 외환위기 때나 경기침체 때에도 후원을 멈추지 않았다. 92년 매월 5명 후원을 시작으로 현재는 매월 23명의 어린이 환자들을 돕고 있다. 2012년 6월부터는 밀알재단의 ‘굿윌 스토어’ 송파점·도봉점에 오뚜기가 생산하는 선물세트 조립 작업 임가공을 위탁했다. 굿윌스토어는 기업과 개인에게서 생활용품이나 의류 등을 기증받은 뒤 장애인들이 손질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오뚜기는 선물세트 임가공 위탁을 시작으로 사내물품 기증 캠페인과 오뚜기 제품 기부도 병행하고 있다.

농심은 지역 농가와의 상생에 앞장선다. 농심은 지난 4월 국내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국산 감자와 한우 사골 등의 구매를 늘려 나가는 걸 골자로 하는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동반성장 협약식’을 농림축산식품부·동반성장위원회·한국감자연구회 등과 맺었다. 협약에 따라 농심은 앞으로 5년간 감자 등 국산 농축산물을 14만1000t 구입할 계획이다. 이는 2013년(2만400여t) 구입량의 약 7배 규모다. 특히 지난해 농심이 1만6200t을 사들였던 국산 생감자의 구입량을 2020년엔 2만6000t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한우 사골은 앞으로 5년간 약 3800t을 구입한다. 농심이 구매한 한우 사골은 신라면블랙 제품에 적용된다. 농심의 이런 상생 노력은 이 회사의 3대 정신 중 하나인 ‘농심 철학’에 따른 것이다. 농심 철학은 ‘이웃과 더불어 내가 가진 좋은 것을 기꺼이 나누고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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