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허둥지둥 독도 정책 … 외교적 망신거리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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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독도 입도(入島)지원센터 건립을 사실상 백지화한 과정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센터 건립은 2008년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가속화한 데 맞서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하나로 올해 3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시설 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가 열흘 만에 갑자기 거둬들였다. 1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도 공개하지 않다가 언론 보도 후에야 안전 관리와 환경 등을 이유로 입찰 공고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선 독도에 건축물을 지으면 일본이 환경 오염 문제를 내세워 국제분쟁화를 꾀할 수 있다는 외교부의 입장이 크게 반영됐다고 한다.

 문제는 정책결정 과정의 혼선이다. 이번 사안은 독도 영유권 강화, 국민 여론과 여행객 안전, 한·일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사업 취소는 전임 이명박 정부가 결정한 정책을 바꾼다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 대응은 치밀하지도, 투명하지도 못했다. 첫째는 부처 간 조율이다. 당초의 입도시설 예산 배정이나 입찰 공고가 부처 간 협의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대일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업인데도 해양수산부 등 특정 부처의 입장에 따라 진행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부처 간 조율을 통한 독도 영유권 강화 정책에 관한 큰 틀이 있었던들 이렇게 막판에 허둥대는 일이 벌어졌겠는가. 일본 정부가 언론 보도 후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된 양 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카드가 망신거리가 됐다.

 다른 하나는 국민에 대한 설명이다. 독도 문제처럼 폭발성이 강한 사안일수록 정책의 변화가 있으면 국민에게 충실하게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 앞에서 우리 내부가 분열되지 않는다. 회의는 숨기고, 설명도 알듯 말 듯해서는 공감대를 이룰 수 없다. 우리의 독도 대응 전략과 각 부처 입장이 든 관계부처 장관 회의의 문건이 나도는 것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독도 입도시설 철회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난맥상을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