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중역21명 전 재산 날릴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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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 여인 파동에 휘말려 부도를 낸 일신제강의 이사 21명 전원이 일신이 은행돈을 빌 때 선 연대보증 때문에 전 재산을 날리게 됨으로써 임원연대보증 제도의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31일 일신과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에 따르면 은행이·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등기부에 등재된 모든 이사의 연대보증을 요구하게 되는데 일신이 부도를 내고 도산함에 따라 상업은행이 빚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현직 이사 17명과 올 봄에 퇴임한 4명의 전직이사재산을 압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을 압류 당한 21명의 전· 현직 이사 중 회장과 사장을 제의한 19명은 사주와의 인척관계가 전혀 없이 사원으로 출발해 이사까지 승진한 전문경영인들.
상업은행은 올 봄에 퇴임한 전직이사 4명의 재산까지 압류한 것은 보증당시의 대출분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사들의 연대보증은 대출 건별로 보충하는 한정보증이 아니라 모든 빚에 대해 책임을 지는 포괄보증이다.
연대보증을 했다가 전 재산을 날리게 된 일신의 김 모 이사에 따르면 21명의 이사 중 회장·사장을 제외한 19명은 대부분 64∼66년 신입사원으로 입사 해 과장·부장을 거쳐 78∼79년에 이사로 승진한 전문경영인인데 이들은 살고있는 집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한꺼번에 날리게 됐다.
이들은 회사경영이 어려워지는데 전 재산을 연대보증 하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사주의 요구를 피할 수도 없는 데다 신입사원부터 근15년간 근무해 온 회사가 담보가 부족한 것을 알고 연대보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임원들의 연대보증은 거의 모든 기업에 실시되고 있으며 그 동안에도 이것이 문제가 되어 일부 임원들은 이사승진과 공시에 소유 재산을 딴 사람이름으로 바꾸거나 가공 채무자를 내세워 가등기를 하는 편법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 나라 기업들은 재무구조가 무실해 언제 일신 같은 경우를 당할 지 모르므로 기업임원들은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 한편 상업은행 측에선 일단 이사로 승진되면 그 회사의 경영자로서『회사와 운명을 같이하는 책임경영의 자세가 요구되며, 이사들의 연대보증은 사주가 요구하는 것으로 규정상에는 두 사람 이상의 연대보증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또 회사는 부실해 가는 대주주가 돈을 뒤로 빼돌리는 것 등을 이사들이 막기 위해서도 연대보증은 필요하지만 본인 의사에 반해 이사 전원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주가 연대보증을 요구하는데 이사가 이를 거절하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 나라의 실정이다.
이 연대 보증에 불복, 회사를 떠난 실례도 많다.
최근 산업은행은 규정을 바꿔 회사 임원의 연대보증은 사주 등 최소한에 그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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