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파동의 화급한 수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근 한 달째 나라안은 온통 장 여인 사건이 몰고 온 충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검찰이서너 차례씩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각원의 반수인 11명이 바뀐 대폭개각에 이어 정치적 해결을 위해 국회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악몽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사건이 터진 아픔만을 되씹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사태의 수습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유형무형의 피해는 늘어나기만 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사태수습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수습의 첩경이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라는 점 또한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열린 민정당 의원총회에서 거론된 대로 검찰의 수사형태가 불신을 자초한 요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한다.
모 어느 여당 의원의 지적처럼『슬로건 남발로 인해 불신을 더 사는 몸살을 앓고있다』 고 한 대목도 한번 쫌 음미해 볼만하다. 구호가 너무 흔하다. 보면 아무래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며, 그로 인한 언행불일치란 인상은 정부에 대한 신뢰에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요인이 합쳐서 사태 수습에 장애가 되고 있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회에서 유창순 국무총리는『이번 사건이 발생하게된 가장 큰 원인으로 일부기업인, 사채업자, 금융인 등의 의식구조가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권력과 금력 지향적으로 되어 있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확실히 우리사회에는 금력이나 권력에 집착하고 맹종하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풍조가 있다. 어떻게 보면 장 여인 사건은 권력 지향적인 삐뚤어진 의식구조가 몰고 온 파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들 모두가 자신의 의식과 행동에 한 가닥 자생을 느껴야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사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다. 일반시민들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엄청난 비리가 저질러지고 그 궁극적인 피해가 엉뚱하게 국민들에게 몰아오게 되었으니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는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분노나 개탄은 감천이지 이성은 아니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냉정한 이성적 판단이다.
생각해보면 어느 사회에서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저질러 질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견제하고 예방할 사회구성원들의 윤리관행이 온전치 못한데도 있다.
민주시민 사회를 지탱 할 수 있는 시민개개인의 권리, 의무 관의 정립과 함께 시민사회의 형성과 유지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가치관은 철저히 불식되어야 한다.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것은 냉소나 체념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경우 적극적인 참여는 대국적인 상황판단에 바탕해서 긍정적인 방향에서 사태를 수습하는데 일조를 하는 길을 뜻한다고 본다.
흐트러진 민심수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당국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을 풀어주는 일이다. 진실을 밝히는 일만이 사태수습의 정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지금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힘쓰는 인상을 주고있다.
이제까지의 모든 의혹사건이 다 그렇듯 배후나 자금의 행방을 거울 들여다보듯 낱낱이 밝히는 일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모처럼 이룩한 안정은 매우 소중하다. 정치적·사회적 안정 없이 경제발전이나 번영은 이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껍질을 깨는 아픔을 감내할 용기와 각오로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며 국민들은 사회적 안정의 소중함을 새삼 인식, 사태가 하루빨리 가라앉도록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