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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시대의 이순신 VS 노무현시대의 이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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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요즘 이순신 장군이 대중문화속에서 키워드로 등장하며 붐을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 영화, 그리고 심지어 게임으로 이순신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문화 속에서 이순신 장군이 자주 등장했던 것은 박정희시대 때이다. 박정희시대에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 드라마, 영화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박정희시대와 노무현시대의 대중문화속에 투영된 이순신의 면모와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박정희시대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순신이 구국의 영웅, 완전한 성웅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다면 노무현시대의 드라마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순신은 인간적인 면모, 개혁자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박정희시대에 이순신장군을 영화한 작품 ‘성웅 이순신’(1971년)과 ‘난중일기’(1977년)와 노무현시대의 이순신을 극화한 드라마 KBS ‘불멸의 이순신’을 비교해보면 이러한 측면이 잘 드러난다. ‘난중일기’의 광고문구만 보더라도 구국의 영웅로서의 특성이 강하게 풍긴다. “파란많은 생애속에 조국과 민족에 일생을 바친 장군이시여. 바다가 울고 땅이 울고...그러나 그 위대한 거룩하신 공(公)의 뜻을 우리는 우리 후손들은 얼마나 받들어 왔던가?”라는 광고문구는 이 영화의 성격과 이순신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전라좌수사 이순신의 영웅적 활동이 돋보이는 한산대첩을 비롯한 전쟁 중심으로 영화가 구성돼 있다. 1971년 제작된 ‘성웅 이순신’ 역시 왜구의 침입으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린 조선을 의롭고 정의로운 이순신장군이 구한다는 내용으로 이 영화의 바탕은 ‘난중일기’를 극적으로 전개한 것이다. 두 영화에서 모두 이순신장군 역을 맡은 김진규는 당시 배우로서는 건장한 체격에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그래서 성웅으로서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데 적격배우였다. 이에 비해 노무현시대에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KBS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은 박정희시대 대중문화 속에 보여진 이순신과 사뭇 거리가 있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학연이나 지연, 혈연에 구애받지 않고 원리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여 구습을 타파하여 철저한 준비와 개혁의지로 부하들을 이끌던 이순신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지도자상인 것이다”라고 밝힌 기획의도에서 구국의 영웅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그리고 개혁적 지도자로서 모습에 가중치가 가있다. 드라마의 전개에서 드러난 이순신은 대전에서 승리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물을 돌출해내는 과정에서의 개혁자로서의 이순신을 상당부분 부각시키고 있다. 군대의 개혁을 비롯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모습들이 드라마 곳곳에 등장한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는 인간적인 이순신의 모습도 끊임없이 보여지는데 극중 이순신은 박정희시대에서의 이순신에게서 볼수 없는 눈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눈물은 인간 이순신을 강조하기위한 주요한 드라마적 장치이다. 박정희시대의 영화속에서 이순신역을 했던 카리스마가 강한 배우 김진규와 사뭇 다른 일면 유약해보이기까지한 김명민이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장군역을 맡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박정희시대와 노무현시대의 대중문화 속에 나타난 이순신의 모습이 이처럼 다른 것은 시대적 이데올로기와 정치,사회적 상황, 그리고 수용자의 의식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시대는 강력한 지도력(개발 독재)을 바탕으로 한 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위해 국민들이 모두 공감하는 이순신을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다. 박정희의 강력한 지배를 합리화할 성웅 이순신 이데올로기의 동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비해 민주화됐지만 여전히 부패와 비리, 그리고 개혁할 부분이 남아 있는 노무현 시대에서는 구국의 영웅 이순신보다는 개혁자로서의 이순신이 시대 상황에 더 유효한 인물형으로 부각된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순신역을 맡은 김명민(왼쪽)과 김진규. 사진제공=KBS, 영화 '난중일기']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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