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수입 늘었으나 사회적 지위 제자리-유네스코 한국위 문화산업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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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의 문화산업, 특히 방송산업의 특성은 무엇이며 방송종사자들의 작업조건은 어떠한가. 지난 25일부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최로 명동유네스코 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화산업과 예술종사자간관계연구를 위한 서울국제 심포지엄에는 한국·미국·호주·인도 등 14개국에서 50여명의 전문가가 모여 각국의 문화산업과 방송종사자 및 창작예술인의 상호관계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29일까지 계속되는 이 심포지엄에서 한국측 주제발표자 이상회·박흥수 교수(연세대신문방송학)는 한국의 문화산업과 창작인 ·방송인의 작업 조건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 문화산업의 특성과 창작인·방송인의 작업조건을 올바로 파악하려면 먼저 한국문화 자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한다.
한국문화는 한마디로 말해 서민문화다. 지배계급은 상민이나 천인이 만든 문화를 즐긴데 반해 이를 만든 사람들을 천대했다.
이러한 전통적 편견은 아직도 남아있다.
전통예술가와 연예인들의 사회적 지위는 더욱 낮다. 1960년대 이후매스미디어의 대량 보급과 함께 스타덤에 오른 극소수의 연예인은 경제적으로 상류계층에 속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지위가 급상승했으나, 이 경우에도 경제적 지위에 비례하여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 것은 아니다. 이같은 지위 불일치는 부침이 심한 인기와 함께 연예인의 심리적 불안을 심화하는 원인이 됨으로써 많은 연예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 볼 수 있는 무규범적 행위를 초래했다.
이들은 무규범적 행위에 귀의함으로써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대중문화가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에는 외국과 같은 대중영웅이 없다.
한국인은 그들에게 오락을 주는 연예인을 길러주거나 아껴주려 하지 않는다. 연예인은 소비상품처럼 소모해 버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연예인 자신도 연예활동을 하는 동안 돈을 모아 기회만 잡으면 미련 없이 연예계를 떠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은 문화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영화사는 외화수입상사로서의 성격이 강해 제작을 통한 문화창출을 2차적 기능으로 뒤로 돌려 놓고있으며 음반제조업은 자본의 영세성과 시장의 불안정 때문에 산업으로서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가 균형있는 발전을 하려면 한 분야의 문화산업만이 파행적 성장을 해선 안되는데 우리나라엔 방송산업만이 파행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연예협회에 등록된 가수의 수는 몇천명에 달하지만 방송국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가수는 1백명 이내. 그들의 수입은 인기에 따라 월l천만원 이상에서 20만∼30만원까지 다양하다.
성우는 A급의 경우 월2백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지만 D, E급에 이르면 40만∼50만원 미만. 성우수가 제한돼있어 다른 직종에 비해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는 편이다.
TV탤런트의 경우 스타덤에 오른 A급은 월5백만원의 수입을 올리나 인기가 없으면 생계유지도 어려울 정도다.
한편 방송작가협회에 등록된 작가 중 월평균 1백5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작가는 10명도 되지 못한다. 3개 TV채널의 단골인기작가 6명은 A급 탤런트 정도의 실질소득을 올리나 나머지 작가들은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고있다.
코미디언의 경우 주수입원은 TV출연과 야간업소다. 7∼8명이 월5백만원 이상의 수입을 울린다.
악사·무용수 등의 월수입도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기직종이 아니므로 수입이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한국 연예인들의 경제적 지위는 1960년대 이후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런 RID향이 계속되면 그들의 사회적 지위도 상승될 전망이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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