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력 송전 발표 이후] '비용 수조원' 국민 설득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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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0월 시범 운행을 앞둔 동해북부선 북측 지역에서 12일 북한 군인들이 선로 점검작업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여당이 대북 전력지원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공감대 형성에 부심하고 있다. 북핵 폐기를 전제로 대북 지원을 한다는 명분론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막상 북한에 송전시설(5000억원), 변환설비 시설(1조원) 등의 건설에 수조원을 투입하고, 매년 전력 200만㎾를 생산하는 비용(1조원)을 대는 문제에 부닥치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돈이 얼마나 들고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제기되면 될수록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하는 문제는 대북 지원의 난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10월 재.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에 이 문제가 선거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권은 고심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정신과 자세에 기초해서 합당한 절차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그 절차가 국민투표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정부를 믿고 초당적으로 대처해 준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박 대표를 찾아가 설명을 드리겠다"고 했다.

열린우리당도 야당과 국민 설득에 앞장서겠다는 자세다. 문희상 의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동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전병헌 대변인은 "대북 전력 지원 비용은 예산과 관련이 있어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이 워낙 분명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이 반대하더라도 민노.민주당이 동의안에 확실히 찬성해 줄 것을 믿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했다. 박근혜 대표는 당 간부회의에서 "제안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북한에 제안하기 전에 야당에 얘기 한 마디 없었다는 것은 투명성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도 대북 전력지원 방안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은 "북한 핵 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해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나 노력은 평가할 수 있다"며 ▶완전한 북핵 폐기와 확실한 검증▶국민 공감대 형성과 투명성 보장▶철저한 국제 공조의 3원칙을 내세웠다. 국회 동의 절차는 당연히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진 의원은 "관련 상임위가 4개나 되기 때문에 충분한 국회 논의가 필요하며 예산 문제도 정부 발표가 맞는지 확실히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하.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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