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만 찾아다니는 스무살 두 청년…자동차 문을 열었더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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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하면 며칠씩 안 감아 떡진 머리, 검게 때가 타서 제 색을 알아보기 힘든 더러운 옷부터 떠오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노숙자를 만나면 멀리 피해가지만 호주 브리스번에 사는 스무살 동갑내기 루카스 패칫(Lucas Patchett)과 니콜라스 마르케시(Nicholas Marchesi)는 이 냄새나고 더러운 노숙자들을 일부러 찾아다닌다.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소, 이동 건강 진료소는 있어도 빨래시설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두 사람은 올 7월부터 '오렌지 스카이 런더리 프로젝트(the Orange Sky Laundry project)'라는 이름의 이동 빨래방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은 가수 알렉시 머독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노래 '오렌지 스카이'는 주변 사람들을 돕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두 사람의 프로젝트 시작에 큰 영감을 줬다.

두 청년은 낡은 밴을 개조해 이동식 발전기를 넣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두 대씩 설치했다. 그리고 이 차로 브리스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노숙자들의 옷을 빨래해주는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빨래에 사용되는 물은 근처 공원에서 얻거나 지역 산업체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 있다.

10㎏ 용량의 세탁기 두 대를 이용하면 1시간에 최대 20㎏의 빨래를 할 수 있다. 세탁부터 건조까지 1시간만 기다리면 노숙자들은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실험단계지만 이미 노숙자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두 청년은 여러 푸드트럭과도 제휴를 맺어 빨래를 하는 동안 노숙자들이 식사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15년에는 본격적으로 '오렌지 스카이 팀'이라는 봉사활동 단체를 꾸려 호주 전역으로 프로젝트를 확산시킨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배예랑 인턴기자 baeyr0380@joongang.co.kr
[사진 오렌지 스카이 런더리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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