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채미3년 본대로 들은 대로…김재혁 전 특파원|저 높은 곳을 향하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 사람들은 사다리 타기의 명수들이다.
워싱턴포스트의「로버트·카이저」기자는 미국인들의 상향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남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려하고 현재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살려고 하는 것은 미국인의 긍지와 영감의 원천이자 삶의 중심요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누구라도 열심히 일하면 성취 못할 것이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미국사람들은『앰비션』(야망)이란 말을 즐겨 쓴다. 야망이란 곧 뭔가를 이루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다. 그것의 목표가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옇든 무엇인가가 되고자한다. 바로 그 무엇은 미국식으로『섬바디』다. 그래서 너도나도 『뭔가 되고싶다』(I Want to be Somebody)고 외친다.
어느 사회학자는 이런 기질의 미국인을 출세주의자(Status Seeker)라고 했다. 돈·명성 그리고 출세라는 무지개를 따기 위해 사다리를 줄기차게 기어오르는 사람들. 하류층 사람들은 중류층에라도 끼어야겠고, 중류층사람들은 상류사회를 염원한다. 그들이 사다리의 몇 계단을 오르기는 가능하지만, 그러나 미국도 이제는 불평등 사회다.
가로·세로로 마치 그물처럼 짜여진 갖가지 제약과 편견은 사람들을 쉽사리 출세시켜 주지 않는다. 매사추세츠주 메리매크대학의「존·댈핀」교수(사회학)는『미국에서는 이제 더 이상 자수성가할 수 있는 기의는 없다』고 단언한다. 통나무집 대통령은 영원히 사라졌다는 얘기다.
「밴스·패커드」란 작가는 미국사회의 세로 눈금을 5단계로 나누고 있다.
▲최 상류층=모든 면에서 미국을 대표할만한 엘리트명사들. 보스턴의「케네티」가나 뉴욕의「록팰러」가 같은 이른바 명문가문들이 이 계층에 속한다. 이름난 정치가·기업가·은행가·중권브로커·의사·변호사·건축가·고급장성·연방법원 관사·발행인 급의 언론인 등등이 꼽힌다.
미국 국부의 50%이상을 1백50개 대기업을 소유하고있는 2백50개 가문에서 장악하고 있다. 이 계층의 사람들은 전용 골프장과 클럽에서 즐기고 말투마저도 상류사회에 어울리게 쓰고 있다. 그들의 딸들은 이른바 사교계에 데뷔하고, 아들들은 명문 사립대학으로 진학한다.
▲준 상류층=지방도시의 기업주·의사·변호사·지방판사·신문편집인·대학교수·고급장교·엔지니어 등이 속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로 나가 착실하게 성공의 길을 걷는 경향이 많다. 고향에는 이미 명문 상류층이 진을 치고있기 때문이다.
▲중류층=은행이나 기업체의 중간간부·지방대학의 교수·고등학교 교사·은행원·생산업체의 감독급등 수준이다.
▲근로자층=고등학교 수준이하의 교육을 받은 서민들이다. 그들의 직업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고도 쉽게 해낼 수 있는 것이 많다. 단순 기술자·기능공·상점점원·호텔 종업원·이발사·바텐더·목수·건공 등등.
▲최 하류층=도시의 슬림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빈곤선 이하의 계층. 직업이 없거나, 가장 수입이 낮은 업종에 종사한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따라 살고 있다. 연방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빈근선은 가족 수에 따라 달라진다.1인=연간 4천2백 달러(2백94만원),2인=5천4백 달러(3백78만원),3인=6천6백 달러(4백62만원), 4인=8친4백50달러(6백 만원), 5인=1만 달러(7백 만원), 6인=1만2천 달러(8백40만원)…. 백인의 빈곤성은 흑인에 비해 1천∼2천 달러가 높다.
새로 계층이 주로 경제력에 따른 것이라면 가로 계층은 각종편견에서 비롯된다.
▲텃세=거의 예외가 없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터숫 대감들은 각종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폐쇄적이며 신참들에게 문호를 열어주지 않고 텃세가 심하다. 그들은 벼락부자를 건방지다며 경멸한다.
텃세 벽에 부딪친 신흥 부자들은 새로운 주택가를 개발, 또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는데 그들도 멀지않아 텃세를 부리게 된다. 지역에 따라 대지 하한선율1α(약1천2백 평), 또는 그 이상으로 정해놓고 있는 것은 흑인이나 동양 계 같은 소수인종의 전출을 막자는데 있다. 최근 년에 한국인들이 꽤 진출한 뉴욕근교의 주택촌 테나 플라이에서는 백인들이 집을 내놓고 이사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종편견=백인가운데는 양키라고 불리는 앵글로색슨 후예가 가장 콧대가 높다. 지역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백인 가운데는 이탈리아 사람 같은 유럽계는 양키다음이고, 유대인은 그 아래다.
동부에서는 푸에르토리컨, 서부에서는 멕시컨이 최 하류층 흑인과 같은 반열에 올라있다. 동양 계로는 역시 일본인이 가장 잘 대접을 받고, 한국인·중국인·월남인 순으로 낮아진다.
▲종교적 편견=인종편견과 맥을 같이한다. 엘리트 계층을 포함한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개신교도들이며, 가톨릭(4천9백60만 명)과 유대교(5백92만 명)는 소수집단에 속한다. 각 종교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그들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교류가 잘 되지 않고 있다.
▲피부색깔에 의한 차별=백색·황색·흑색의 순서다. 황색 피부는 동양계·멕시코계·인디언계 순으로 푸대접이 심해진다. 흑인들끼리도 지체를 따진다. 아프리카에서 방금 건너온 듯한 모습이면 밑바닥이고, 백인 피가 섞이면 위로 올라간다. 몇 대에 걸친 백인 계와의 혼혈결과로 피부가 희멀게지고, 오똑 해진 코, 얇아진 입술을 갖게되면 흑인으로선 극상이다. 이렇게 태어나는 어린이 1만 명 이상이 해마다 백인으로 분류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