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해지자"주식 선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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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철희·장령자 부부가 지난해 주식투자에서 3백87억 원의 손해를 본 것은 정상적인 주식매매가 아닌 주식선매거래(주식선매거래)를 했기 때문이었다고 검찰이 밝혔다.
당초 검찰이 이씨 부부의 주식투자 손실액이 3백87억 원이라고 발표하자 증권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으려하지 않았던 것.
정상적인 주식거래에서3백87억 원의 손실을 보자면 천문학적인 주식거래가 있어야하는데 지난해 증권가에서 이렇게 큰 거래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의문은 당연했던 것.
검찰의 국회보고자료에 나타난 한 가지 예를 통해 알아본다.
지난해 8월31일 제일은행 여의도지점에는 라이프주택이 발행한 27억5천 만원 짜리 약속어음이 제시됐다. 이 어음은 물론 라이프주택이 장 여인에게 견질 어음으로 발행해온 것으로 결제를 장 여인이 해야했다.
이 견질 어음의 결제를 위해 당장 현금 27억5천 만원이 필요하게된 장 여인은 사채업자인 전영채씨(구속·전 삼부토건자금부장)에게 2개월 후 유공주식 5백만 주(49억 원 상당)를 사주기로 약속하고 지급기일 10월31일자인 어음50억 원 짜리를 전씨에게 담보로 주고 현금27억5천 만원을 빌어 제일은행 여의도지점에 입금시켜 라이프주택어음의 부도를 막았다. 이때 사채업자 전씨에게『10월 말일까지 유공주식 5백만 주를 사준다』는 각서도 함께 건넸다. 당시 유공주식의 거래가격은 주당9백80여 원씩. 그러나 장씨는 현금이 급한 나머지 주당 5백50원(5백50원×5백만 주=27억5천만 권)에 9백80원 짜리 주식을 사주기로 한 것이다.(도표①)
장씨는 약속날짜를 10여일 앞둔 10월 중순 하수인격인 사채업자 김종무씨(구속)에게 증권회사를 통해 유공주식 5백 만주를 구입토록 의뢰하고(도표②)김씨는 증권회사에 이를 주문했다.(도표③)
10월 하순의 유공주식거래가격은 주당9백88원. 사채업자 김씨는 49억4천 만원(9백88원×5백 만주)을 주고 유공주식5백만 주를 사들여(도표④)이를 장씨에게 전달했고(도표⑤)이 주식은 약손대로 사채업자인 전씨의 손으로 건너갔다.(도표⑥)
결국 장씨는 27억5천 만원을 두 달간 빌어 쓰고49억4천 만원을 지불한 셈이어서 이자 조로 21억9천 만원을 낸 것이다.27억5천 만원에 한달 이자가10억9천5백 만원이었으니 월39.8%를 이자로 문 것이다. 사채업자 전씨는 즉시 이를 다시 증권회사에 팔았고(도표⑦)그날의 유공주가는 주당9백80원으로 전씨는 49억 원을 받았다.(도표⑧) 이때 증권회사는 며칠 전 팔았던 주식 5백만 주가 되돌아오면서 누가 4천 만원을 손해보고 팔아 넘긴 정도로만 여겼을 뿐이었다는 것.
이와 같은 주식선매거래를 통해 장 여인은 21억9천 만원을 손해보고 전씨는 21억5천 만원의 이익을 보았으며 4천 만원은 정상적인 주식거래과정에 녹아버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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