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엘리자베드」호를 격침하라"|「대영제국 체면」에 일격 노리는 아르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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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김동수 특파원]
영국군이 코클랜드에 교두보를 확보한 직후 아르헨티나군의 격퇴는 「시간문제」라고 장담했던 영국정부는 아르헨티나 측의 만만찮은 저항에 적지 않게 놀라고있다.
영국 함대가 출동하면 아르헨티나가 지레 겁을 먹고 외교압력에 굴복할 것으로 여기고 『대서양 산책』(「우드워드」 포클랜드함대 사령관)이라고까지 느긋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연일 「대영제국」의 해군함정이 격침되거나 대파되는 손실을 보게되자 영국군의 재빠른 승리를 장담했던「존·노트」국방상은『7주간의 해상봉쇄로 아르헨티나군의 사기가 죽기는 했지만 공방전이 벌어지면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말해 아르헨티나 군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전투가 한 두 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5천여 병력에 대한 병참문제를 아르헨티나공군기의 위협을 받아가며 해결해야 하고 또 양국 군의 인명피해는 물론 포클랜드 주민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대국다운 인도적 배려까지 물론 그런 고충에 포함된다.
따라서 영국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르헨티나 측이 「갈티에리」대통령의 말대로 진짜 최후의 한사람까지 포클랜드를 사수할 결의로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부 군사소식통의 예상으로는 아르헨티나 측도 포클랜드에서의 패배는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고 있기때문에 그 댓가로 해상에서 영국함대에「엄청난 일격」을 가함으로써 위안 거리를 찾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그 보복의 대상으로 아르헨티나의 구미를 돋움직한 것이 영국함대가 전시 효과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호화여객선 퀸 엘리자베드2호다. 지금의 영국여왕과 같은 이름의 이 배는 병력수송선으로 해군에 징발되어 3천명의 병력을 태우고 며칠 전 작전해역 부근에 도착하여 대기중이다.
아르헨티나로서는 여왕의 이름을 가진 이 배를 격침시킨다면 포클랜드를 잃더라도 패배감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전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포클랜드 근처에 도달한 퀸 엘리자베드호가 다른 함정과 합류하지 못하고 계속 아르헨티나 공군기의 공격이 미치지 않는 해역 외곽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인 것으로 군사소식통들은 보고있다.
그렇다고 퀸 엘리자베드호가 아르헨티나의 공격권 밖에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아르헨티나 잠수함의 공격위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측은 아르헨티나 해군함정의 동향을 빠짐없이 포착하고 있으나 잠수함 3척의 소재만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퀸 엘리자베드호는 잠수함 공격을 피해 포클랜드에서 멀리 떨어진 사우드조지아도 근처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포클랜드 근처에서 잠수함공격에 대피할 수 있는 곳은 그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타임즈 같은 신사는 영국군의 대공세가 시작돼 3천명의 병력이 필요하더라도 이곳에서 다른 함정에 옮겨 타고 포클랜드까지 수송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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