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유흥업소 출입」-과반수 학생이 반대|「독자 토론」에 비친 독자들의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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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흥업소 출입 연령을 현재의 20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문제에 대한 의견은 찬·반이 백중 했다. 토론에 참여한 1백1l명 중 과반수가 약간 넘는 58명이 반대했고 53명이 찬성했다. 반대측의 주장은 청소년 범죄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두발·교복 자유화조치로 청소년들의 방종이 우려되고 있는 터에 유흥업소의 출입까지 허용하면 청소년들을 보호하기는커녕 그들을 더욱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게 한다는 의견이다.
찬성 측은 정신적 연령을 감안해야 하고 청소년들을 아직도 너무 어린애 취급하는 것은 전시대적 사고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유흥업소의 어두운 면을 밝게 고쳐 청소년들도 일찍 사회 교육시키는 것이 국제화 시대를 살아가는 소망스러운 길임을 강조한다.
한편 이번 토론에는 학생들의 참여가 46명에 달했으며 이중 과반수가 약간 넘는 25명이 스스로 18세 이상의 유흥업소 출입을 반대하여 이채로 왔다.

<찬성>18세면 스스로 책임진다|업소서도 「미성년자 출입 금지」 꼭 지켜야

<확인하려면 욕먹기 일쑤>
당구장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동안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출입 청소년의 연령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의심이 돼 확인하려하면 불쾌한 태도를 짓고, 심하면 욕설·행패까지 부린다. 또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들어가도록 했을 경우 당국에서 단속을 나와 적발하면 영업정지·벌금 부과 등 제재 조치가 따른다.
나이 18세면 어느 정도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로,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제한 연령을 낮춰 그들에게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김경식 <경남 울산시 성남동 191의 70>

<풀어놓는데 너무 인색>
양어장 속에서만 사는 고기는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양어장의 울타리 속에 갇혀 사는 펄펄 뛰는 고기들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들을 가둬 놓는데만 익숙해왔지 풀어놓는데는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이 18셰면 옛날 같으면 장가를 가서 애를 낳았어도 여럿 낳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들 청소년을 어린아이들로 잡아두려고만 한다. 이번의 유흥업소 출입 연령 인하조치를 청소년들이 술 마시고 춤추고 담배 피우는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자유롭게 한다는데 눈물 돌리도록 하자.
구경환 <27세·회사원·경북 포항시 죽도 2동 73의 2>

<양성화시키면 방종 안 해>
18세냐, 20세냐가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지금까지 20세부터 해주던 「성인 대우」를 18세로 낮춘다고 해서 그들이 바로 방종으로 흘러가리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숨어서 즐기는 방종 또는 음행도 공개적으로 허용해 버린다면 그들도 시들해지고 말 것이다.
우선 그들을 한번 믿어보자. 나는 그들이 우리에게 실망보다 기대와 만족을 가져다 줄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오영진 <25세·주부·제주시 건입동 1106>

<규정 지키는 업소 극소수>
현재 각종 유흥업소에서는 「미성년자 출입 금지」라고 정해 놓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철저히 지키는 업소가 과연 얼마일지 의문이다. 내 생각은 이렇게 해놓음으로써 오히려 청소년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케 하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본다.
또 병역·주민등록, 그리고 각종 채용 시험에서도 18세부터 자격을 주고 있는데, 굳이 「식품 위생법」만 20세부터로 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18세로 낮추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백번 옳다고 생각한다.
박민호 <35세·회사원·경기도 안양시 안양 2동 857의 51>

<막을 것만 아니라 선도를>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장, 옛날의 청소년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숙성해져 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그들에게 여전히 옛날식만을 강요하고 있다.
많은 어른들은 소위 유흥업소에서 온갖 추잡한 짓을 다한다. 이것이 단지 몇살 더 먹은 사람들의 특권인가. 덮어놓고 막을 것이 아니라 잘 인도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
진연자 <교사·충남 대전시 탄방동>

<대신 생활 지도 철저히>
청소년들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은 유흥업소·영화관·다방, 그리고 할 수 없는 것으로 음주·흡연 등 숱하게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들 규제 사항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학생들의 교복·두발이 자유화되는데, 이번 기회에 그동안 묶어오던 것을 풀었으면 좋겠다. 한가지 전제로 앞으로 어른들은 청소년 비행에 방관만 하지 말고 그들의 생활 지도에 종전과 다른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이다.
지창명 <23세·회사원·경북 김천시 평화 2동 365>

<반대>법으로 탈선 보장하는 격|그나마 망설일 것도 없어 문제 더 커진다

<유흥업소 매상 올려줄 뿐>
유흥업소 출입 연령을 낮추자는 제안이 법의 금지 규정과 실제 유흥업소 출입이 빈번한 청소년들의 현실 상황의 괴리를 없애기 위해 마련됐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논리의 비약이 심한 것 같다.
유흥업소는 거기서 벌어지는 퇴폐와 망종 행위로 부정적인 의미가 짙어 성인들도 출입을 꺼리고 있는데 그것을 청소년들에게까지 확대해 얻을 수 있는 점이 무엇인가. 유흥업소들의 매상이나 올려줄까.
아무리 생각해도 청소년들의 유심 문제였다. 그러면서 유흥업소의 출입 연령을 낮춘다면 가정과 사회에서 어른들은 지금의 배 이상의 곤란을 당할 것이다.
장유성 <서울 관악구 봉천 4동 1560>

<고교생이 마구 들어갈 판>
유흥업소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일일이 출입자의 나이를 물어 미성년자의 출입을 규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학생들이 유흥업소 출입을 삼가는 것은 그곳이 금지 구역이라는 생각에서다.
만약에 미성년자의 연령 기준이 18세로 낮아진다면 많은 고교생들이 당연한 듯 주민등록증까지 보이며 유흥업소를 드나들게 될 것이다.
우리가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을 아낀다면 20세를 넘어 이들에게 술을 가르쳐도 늦지 않고, 따라서 현행 법규를 구태여 고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장상훈 <서울 마포구 동교동 187의 14>

<교육에 무슨 도움이 되나>
사회·도덕심의 쇠퇴로 요즈음 청소년들의 탈선 행위는 날로 늘고 있고 일전에는 한 청소년이 아버지에게 유흥비를 안 준다고 칼을 들이댄 일까지 신문에서 보았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유흥업소 출입 연령을 낮추는 것은 청소년들의 탈선을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미성년자들이 술집·다방 출입을 못해 교육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쓸데없는 망상을 버리고 국가 흥망을 좌우해갈 2세 청소년들을 먼저 선도할 것이다.
박창일 <76세·서울 은평구 대조동 89의 107>

<부모 입장에서 걱정 크다>
교복과 머리 모양의 자율화로 해방감을 느끼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유흥업소 출입 연령마저 낮춘다면 이들은 환영할지 모르나 학부모의 마음은 오히려 걱정이 더할 뿐이다. 미성년자의 연령 기준이 20세일 때도 18∼19세의 탈선이 빈번했는데 이를 18세로 낮춘다면 탈선 행위가 더 어린 청소년들에게도 번져 나갈 우려가 크다.
박경도 <경남 진주시 가좌동 120>

<고고홀·술집은 탈선 장소>
청소년들의 탈선이 고고홀이나 술집을 무대로 벌어지고, 그것이 사회 문제화됐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광경을 개탄했었겠는가. 이 점을 도외시하고 유흥업소 출입 연령을 낮춘다면 그렇지 않아도 탈선의 유혹에 약한 청소년들을 학교나 가정이 제어할 방법은 없어질 것이다.
물론 유흥업소 출입을 20세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도 폐단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폐단이 출입 연령을 낮출 정도로 큰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작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더 큰 폐단을 불러 올 수는 없지 않은가.
김숙 <전남 목포시 상동 삼일 연립 1동 204호>

<호주제 폐지>독자 토론 다음 주제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다음 토론의 주제는 「호주제 폐지」입니다. 유교 사상에 젖어온 우리 사회는 세계적인 남녀평등 물결과는 관계없이 아직도 남아선호를 강요하는 호주제를 채택하고 있읍니다.
호주제는 또 산아 제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민법 개정론자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우리의 고유한 전통은 아직은 답습해가야 한다는 주장도 강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진지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투고는 ▲2백자 원고지 3장 이내로 ▲이름 (익명도 좋음)·직업·나이·주소를 적어 ▲오는 6월5일까지 (본사 도착) ▲서울 중구 서소문동 58의 9 중앙일보 특집 기획부로 보내주시면 ▲게재된 원고에 대해서는 「독자 토론 참여 기념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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