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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이희호 여사의 방북, 화해 협력의 물꼬 트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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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통일부가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의 북한 방문을 사실상 승인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제기구나 종교단체 등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은 제한적으로 허용해왔지만 이 여사와 같이 정치적 상징성이 큰 인사의 개별 방북을 승인한 건 처음이다. 5·24 제재조치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고 최근 대북전단 문제로 남북한 간 감정 악화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이 여사의 방북을 전격 승인한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일각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화해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이 여사의 방북 활동은 인도적 지원에 우선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 이 여사는 지난달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만나 방북 의향을 밝히면서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추울 때 모자와 목도리를 겸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직접 짰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 회원들이 손뜨개로 짠 1만 개의 털목도리가 전달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크고 훈훈한 장면이 될 것이다.

 모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추진되는 방북인 만큼 1회성 행사를 넘어 남북 간 화해와 교류 협력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북한이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 우선 이 여사 일행의 방북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 스스로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5주기 조화를 전달하면서 “이 여사에 대한 방북 초청은 아직 유효하다”(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고 공언한 약속을 지키는 게 된다.

 이 여사는 올해 92세의 고령이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현정은 현대 회장과 함께 조문을 위해 방북했을 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만난 인연이 있다. 그런 만큼 이 여사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북한 최고지도부와의 면담이 성사되는 게 순리고 자연스럽다. 북한 지도부의 따뜻하고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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