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그 기업이 알고싶다] 7. 포스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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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 포스코 신입사원들이 지난해 12월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쇳물 제조공정에 대한 현장 근무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요즘 변신중이다. 겉으로는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인도에 일관 제철소를 세우기로 했고 중국과 브라질 등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LNG(액화천연가스) 관련 사업 부문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광양제철소 인근에 LNG 터미널을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LNG발전회사인 한국종합에너지를 인수했다. 안으로는 경영혁신운동이 거세다. 민영화 한지도 5년이 다 되어간다. 공기업 분위기를 벗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체질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 첫째 덕목은 '성실'=포스코 박세연 인력자원팀장은 "자신의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대규모 설비를 운영해 수익을 내는 포스코는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하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끄는 것보다 신중하고 성실하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외국어 능력과 국제 감각도 중시한다. 해외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미국.중국.태국.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 지사나 사무소를 운영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220명가량의 임직원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이공계 졸업생은 토익 730점 이상, 인문계 졸업생은 토익 800점 이상을 받은 지망생이 선발 대상이었다. 입사 시험 과정 중에는 원어민과 1대1 대화 시간도 있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IT 능력에 대한 평가도 늘렸다. 지난해 입사시험에서는 집단토론과 전공지식 테스트를 거쳐 프레젠테이션 시험을 봤는데, 이때 수험생들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한 시간 안에 파워포인트로 문서를 작성해서 인터넷 웹하드에 올려놓아야 했다.

◆ 풍성한 자기 계발 프로그램=회사가 학비와 체재비를 지원하는 국외 유학 과정은 두 종류가 있다. 1년짜리 글로벌 지역전문가 과정과 2년까지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유학 제도다. 국내 대학에서나 온라인으로 업무와 관련된 학업을 하고 싶은 직원들에게는 학비를 지원해 준다. 원하는 사람은 1년간 자기계발을 위한 무급 휴직을 신청할 수도 있다. 회사 측은 이 기간에도 기본 급여의 일부를 준다.

복리후생제도도 잘 갖춰져 있다. 무주택 직원을 위해 주택 구입자금과 생활안정자금을 20년 상환 연리 5%로 빌려준다. 직원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두 자녀에 한해 대학교까지 학자금을 전액 지원한다. 포항과 광양지역에는 직원들의 자녀를 위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있다. 1인당 매월 5만5000원씩 개인연금 납부금도 지원한다. 업무 외 개인 비용을 1인당 연간 100만원 안팎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복지카드도 준다. 원래 생산 현장에서 컵라면이나 작업복 등 물품으로 지급되던 것을 개인 사정에 따라 알아서 쓸 수 있도록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 아직은 경쟁보다 동료애가 우선="신입사원들에게 중요 업무를 맡기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고 하던데 포스코는 신입사원에게도 실질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줍니다. 모든 업무가 IT기술을 통해 메뉴얼화돼 있어 복사나 문서정리 등 잡무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입사해 스테인리스 원료구매부에서 일하고 있는 조한웅(27)씨의 근무 소감이다. 포스코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고용이 안정돼 있다. 또 경쟁보다 화합을 중시하는 회사다. 포스코의 평균 근속연수는 18년으로 다른 대기업에 비해 긴 편이다. 생산직 근로자가 많고 20여 년간의 공기업 전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영 혁신을 통해 내부 경쟁을 촉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조기 승진 시스템이 채택돼 평균승진 연수에 비해 2년까지 앞당겨 지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도 아직은 경쟁보다 동료애가 우선되는 분위기다. 조씨는 "후배에 대한 선배들의 애정과 관심이 남다르며 '우리'라는 의식이 강한 직장"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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