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색 감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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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엊그제 신문에 난 두 여인의 보도사진이 인상적이다.
하나는 「손이 큰 여인」으로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장영자 여인의 미결수복을 입은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서 경관의 호송을 받고 있는 여우 「소피아·로렌」이다.
두 여인의 인상은 대조적이었다. 장 여인은 자신에 차있고 어딘가 냉소마저 흘리고 있다. 그러나 「소피아·로렌」은 화려한 복장에 어울리지 않는 근심 어린 굳은 표정이다.
6천 4백 4억원 어치의 어음을 할인 사용하고 견질 어음 1천 8백억원을 사취한 장 여인은 말할 것도 없이 「거물 여성」이다. 아카데미 주연 여우상을 수상한 세계적 영화배우인 「소피아·로렌」은 더더구나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 저명인사다.
그러나 두 여인의 사진을 보면서 갖게 되는 감정은 아주 다르다. 「로렌」에 대해서는 안됐다는 기분도 든다. 우리와 직접 관계없는 사건으로 감방에 가야 하는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육체파 여우」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동점을 받고 있다. 19일 여객기를 내린 직후 팬들의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으면서 그녀는 체포됐다. 짙은 색안경을 끼고 초록빛 실크 드레스 차림에 꽃다발까지 안고 그녀가 카세르타 교도소에 도착했을 때 복역수들은 일제히 『소피아』, 『소피아』를 외치며 열광했다.
그녀의 죄목에도 일면의 동정 여지가 있다. 지난 80년 7월 이탈리아 법원은 그녀가 70년의 소득 중 약 7천 달러(약 5백만원)를 누락신고, 탈세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 대한 탈세혐의 사실은 자기의 재정 고문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일 뿐, 자신의 죄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녀가 감방행을 뻔히 알면서 조국에 돌아온 뜻은 더욱 사랑스럽다.
『나는 나의 조국 이탈리아를 사랑한다. 나의 어머니와 자매, 그리고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귀국 이유다. 2년간 떠나 살아도 못 견디게 그리워 쇠고랑이 기다리는 조국에 돌아온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아름답다.
그녀가 30일간 복역할 감방은 사방 4m의 핑크색 감방이다. 침대에 TV와 개인용 욕실까지 딸린 호텔 같은 독방이다.
창살이 없는 창문으로는 교도소의 뜰도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런 좋은 시선이지만 그녀는 『30일간 지낼 것을 생각하니 암담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의 평소 생활수준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소피아·로렌」의 감방행에선 법의 공평한 적용에 따른 엄숙성도 느끼게 된다. 세계적 스타라도 위법을 하면 당연히 감방행이라는 공정과 형평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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