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당신도 습관처럼 두통약을 먹고 있지는 않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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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

얼마 전 35세 주부 김모씨는 두통으로 진통제를 거의 매일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두통이 멈추지 않는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체하면 머리가 자주 아팠는데, 3년 전 출산 후부터 두통이 횟수가 매우 늘어났으며, 진통제를 거의 매일 복용하고 있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진통제 없이는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호소했다. 진찰결과 그녀는 만성편두통으로 진단 되었으며, 두통의 치료를 위해 복용한 진통제가 오히려 두통을 악화시켜 만성편두통으로 발전한 케이스였다. 그녀는 만성편두통 예방 치료와 함께 진통제를 끊은 후 3년만에 처음으로 머리가 맑은 상태로 생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앞의 환자처럼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이 매일, 장시간 반복되어 일상생활에 고통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편두통을 앓는 환자는 지난해 60만명을 넘어 매년 12%씩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한 달에 절반 가량을 두통의 고통에 시달리는 만성두통 환자의 유병률도 약 1.8%에 달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업무를 하는 등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많은 두통의 원인질환 중에서도 특히 편두통은 장시간 터질 듯한 통증이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의하여 두통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어 장애의 정도가 특히 크다. 편두통은 심한 두통과 함께 소리나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구토나 메스꺼움과 같은 다양한 증상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특히 편두통은 만성화될 경우 우울과 불안 같은 정서 장애를 동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특히 이런 편두통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진통제를 남용하게 되면 두통의 횟수가 점점 증가하면서 만성편두통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성편두통은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이 발생하는 상태다. 이전에는 편두통은 뇌혈관 문제로 인해 욱신거리는 통증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요즘에는 세로토닌 등의 뇌신경 전달물질의 문제와 뇌신경의 염증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성편두통 환자는 두통 증세를 완화시키고자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진통제를 자주 투여하게 되면 약물의 남용에 의한 ‘약물과용두통’이 나타나 편두통 증세가 더욱 악화된다. 따라서 만성편두통의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약물 요법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시간 등을 줄이기 위한 예방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만성편두통의 경우 완치는 어렵지만 일상생활에서 두통의 유발요인을 피하고 예방치료를 받는다면 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일 수 있다. 약물치료와 함께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카페인의 경우 진통효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두통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만성적인 카페인 복용은 금단으로 인한 두통이 발생할 수 있고. 카페인이 함유된 복합진통제의 남용에 의하여 만성두통으로 발전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만성편두통이 해결되지 않고 6개월 이상 편두통이 지속되는 환자의 경우, 보툴리눔톡신(보톡스)을 머리와 목, 어깨근육에 주사하면 통증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막고 통증을 느끼는 수용체를 변화시켜 편두통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 보툴리눔톡신 주사는 2010년 미국 식약청(FDA)에서 승인 받은 만성편두통의 유일한 치료제로 만성편두통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1년 만성편두통 치료제로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많은 편두통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술이 이루어 지고 있다. 한번 맞으면 대개 3-6개월 정도 두통을 완화시켜 만성편두통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편두통은 만성화될 경우 우울, 불안과 같은 정서장애를 동반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한 경우 적극적인 예방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성편두통의 간단한 자가 진단 방법. 체하면 머리가 아프고 두통이 있는 날이 없는 날 보다 더 많으면 만성편두통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하여 예방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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