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골프장 9번 홀 멋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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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전욱휴 프로(右)가 평양 골프장 18번 홀에서 현지 캐디 마스터에게 즉석 레슨을 하고 있다. [전욱휴 PGA프로 제공]

▶ 평양 골프장 회원 명부.

▶ 2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위치한 표석.

"골프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 자연친화적 코스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관리를 잘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몇몇 홀은 외국의 어떤 코스와 견줘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어요."

전욱휴 PGA 프로가 최근 4박5일 일정으로 북한 평양 골프장에 다녀왔다. 8월 말 이곳에서 열리는 골프대회(평화자동차 주관)를 앞두고 코스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평양 골프장은 수년 전 북한 언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애 첫 라운드에서 홀인원 5개를 포함해 38언더파 34타를 쳤다"고 소개했던 곳이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선수 30여 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S자형에 페어웨이 좁아 인상적

"평양 시내에서 남포 방향으로 왕복 10차로 도로를 약 25분간 달리다가 비포장 도로를 타고 다시 5분 정도 들어가니 태성호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골프장이 나타났습니다. 야산에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가 기억에 남습니다."

전 프로는 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평양 골프장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바빴다. 가장 인상적인 홀이 어디냐고 묻자 자신있게 대답했다.

"당연히 9번 홀(파 5.580야드)이지요. 미국의 파인허스트 골프장과 비교할 만했어요.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S자형 코스로 장타자도 투온이 어려울 거예요."

코스가 길지는 않은 편인데 난이도는 어느 정도일까.

"언뜻 쉬워보이지만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좌우로 굽은 도그레그 홀이 많아 페이드와 드로 등 기술적인 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야만 좋은 스코어를 기대할 수 있어요. 더구나 그린의 지름이 기껏해야 30야드 정도여서 핀을 직접 공략하기 어려워요. 장타보다는 정확한 샷을 하는 골퍼가 유리할 거라고 봐요."

자연친화적 코스 … 회원 370여 명

전 프로는 벙커에 모래가 모자란 데다 풀이 웃자라 그린 스피드가 느린 것은 고쳐야 할 점으로 꼽았다.

그는 "평일이라 골프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17번 홀까지는 텅텅 비어 있었고, 18번 홀에 가서야 캐디를 대동하고 골프를 즐기는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말에는 10~20팀이 골프장을 찾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평양 골프장에는 20대의 전동 카트도 있지만 대부분 캐디들이 직접 끄는 수동 카트를 쓴다. 캐디는 30여 명. 렌털 클럽도 20여 세트가 준비돼 있었는데 클럽별로 브랜드가 각각 다른 데다 감나무로 만든 구형 클럽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도 박세리와 박지은 선수의 이름은 알고 있더라. 앞으로 골프를 통해 남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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