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선 재활용이 필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짜 페라리에 관심 있는 사람? 미 항공우주국(NASA)에임즈연구 센터 엔지니어인 마이클 플린이 한 대 주겠다고 한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2~3년 동안 차를 세우고 정비하는 일 없이 계속 굴려야 한다. 차가 고장이 나면 아마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플린은 실제론 누구를 죽일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생명유지 엔지니어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담당한다. 페라리 시나리오는 이론상의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 이다. 플린이 진짜 화성 탐사비행의 어려움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비유다. 요지는 규칙적으로 유지관리를 하지 않으면 기계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고장 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러 해가 걸리는 화성 탐사비행에선 우주선이 고장 나면 탑승자가 죽는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적인 기계식 접근법을 적용하면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NASA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플린이 말했다. ISS의 경우 뭔가가 고장나거나 물이 더 필요하다면 우주선에 실어 보내면 된다. 여차하면 ISS를 비울 수도 있다. 화성 탐사비행의 경우는 다르다. 우주선이 수백만 마일이나 떨어져 있어 후방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체는 기계에 비하면 훨씬 더 신뢰성이 높다. 페라리처럼 정밀하게 조율된 기계도 상대가 안 된다. 수 백만 년 동안 진화과정을 거치며 인체에 백업 기능이 내장되고 자가치유 능력을 갖추게 됐다. 전통적인 기계에 는 없는 핵심적인 능력이다. 에임즈 센터에서 연구하는 문제도 바로 그런 통찰에서 출발했다고 플린은 말한다.

“생물 시스템에서 배운 이 같은 교훈을 기계 시스템에 통합할 수는 없을까?”

NASA 과학자들은 생물학의 힘을 빌려 무에 가까운 조건에서 유용한 사물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를 실시해 왔다. 3D 프린터가 대표적인 예다. 지상에선 사람들이 필요한 제품을 맞춤 생산할 수 있는 3D 프린터가 널리 보급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스페이스X 4 우주비행 때 한 대를 ISS로 올려 보냈다. 우주로 올려 보낸 최초의 3D 프린터였다. 그러나 에임즈 센터의 과학자들은 그 아이디어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킨다. 그들이 개발 중인 바이오프린터는 단순히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효모 세포를 한 번에 하나씩 출력한다고 린 로스차일드가 설명했다. 에임즈에서 이른바 합성생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다. 그 효모 세포들은 적색 또는 청색 색소를 분비한다.

색소는 시험 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실제로 뭔가를 만드는 단계”라고 로스차일드가 말했다. 지구상에는 풍부하지만 먼 곳에선 귀하고 유용한 재료가 바로 그런 ‘뭔가’일 수 있다. 가령 효모 또는 그 비슷한 뭔가가 고무·면 또는 울을 배출할 수 있다. 로스차일드의 말마따나 “화성에 양을 데려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기계로 직접 울 스웨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다른 잠재적인 용도는 훨씬 더 신기하다. 예컨대 합성 뼈는 필시 구조물 제작에 대단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 다고 로스차일드는 설명한다. “화성에서 뼈나 치아로 집을 짓게 된다고 하면 큰 거부감을 주기 쉽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뼈나 치아에 정말로 뛰어난 특성이 있을 수 있다. 조작된 효모로 그런 특성을 살려낼 수만 있다면 이들 생물재료들을 활용할 수 있다.”

NASA는 화성 표면의 재료로 벽돌을 제작하는 방법도 연구해 왔다. 물이나 건축자재 같은 무거운 짐을 쏘아 올리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로스차일드 같은 과학자들은 우주인들이 화성 표면에 도착한 뒤 현지에서 많은 재료를 만들어 내는 방안을 선호한다. 한 연구에선 소변의 활용을 모색했다. 이론상 우주인들이 화성의 토양과 소변에 유전자 변형된 박테리아를 혼합해 벽돌을 만들 수 있다(박테리아는 우주인들이 지구에서 가져 간다. 어쨌든 박테리아 가 벽돌보단 가벼우니까). 과학자들은 화성의 토양을 ‘표토(regolith, 먼지와 암석 부스러기 등)’로 부른다. 그 과정이 제대로만 되면 표토가 단단해져 건축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로스차일드가 말하는 이른바 바이오글루(외과용 접착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개비를 생각해보자. 선체에 단단히 달라붙어 파도가 아무리 세게 때려도 떨어지지 않는다. 우주인들이 따개비 같은 접착제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면 그것을 표토와 혼합해 벽돌을 제작할 수 있다.

소변 이야기를 더 하자면 NASA는 소변을 이용하는 작은 생물반응기를 개발했다. 얼추 구두상자 만하며 두 구역으로 이뤄진다고 에임즈의 환경학자 존 호건이 설명했다. 한 쪽에선 미생물들이 소변을 가공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들이 약간의 전력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며 소변 속의 유기성 폐기물을 먹어 치운다. 소변을 식수로 변환하는 단계다(추가적인 가공과정을 거쳐야 마실 수 있다. 하지만 ISS에서 현재 소변과 기타 오수의 식수 변환에 사용하는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유용한 첫 걸음이다). 생물반응기의 또 한 쪽에선 앞 구역에서 생산된 이산화탄소와 전력에 다른 미생물과 약간의 전력을 추가해 메탄을 만들어낸다.

반응기가 작아서 메탄을 많이 만들어내진 못한다. 하지만 연료전지가 화성 표면의 기계들에 동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그리고 반응기는 전력을 생산하면서 소비함으로써 스스로 동력을 얻는다.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고 호건이 말했다. “안을 들여다보면 끈적끈적한 생체막이 있다. 패션 잡지 표지에 올릴 만 한 광경은 아니다.”

이 또한 초기 실험에 불과하다. 그 과정을 개량해 우주인들이 더 큰 생물반응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호건은 말한다. 미래의 생물반응기는 화성 여행자들이 (소변처럼) 불필요하고 흔한 물질을 더 유용한 뭔가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미생물의 폴리에스터로 만든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개척자들이 화성에 몸 성히 도착해야 한다.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NASA는 또 다른 합성 생물학 혁신기술의 초기 모델을 개발했다. 합성약품 합성시스템(Synthetic Drug Synthesis System)이다. 화성 탐사비행에 나서는 우주인들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질병의 약을 일일이 챙겨갈 수는 없다. 따라서 NASA는 약품 제조법을 우주로 전송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우주인의 건강이 나빠져 우주선에 준비되지 않은 약이 필요할 경우 NASA가 약의 유전 정보를 우주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고 플린은 설명한다. 우주인들이 박테리아나 진균 같은 일종의 원료를 배양한다. 그리고 ‘유전자 프린터’로 적합한 유전자를 만들어낸 뒤 그것을 숙주에 주입하게 된다. “그 세포가 독자적인 작은 맞춤 제조시설로 탈바꿈해” 필요한 약을 만들어내게 된다고 플린이 말했다.

플린이 설명하는 시스템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이 같은 바이오기술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대장균 박테리아를 조작해 멜라닌을 만들어내도록 했다. 피부에 색깔을 입히는 색소다. 언젠가는 우주선의 기계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약품들을 맞춤 생산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NASA의 접근법이 모두 근사한 첨단 생물학을 수반하지는 않는다. 버리는 캔은 언제든 찌그러뜨리면 된다. 에임즈에서 2세대열 압축 기를 개발 중이라고 마이클 유어트가 말했다.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의 엔지니어인 그는 NASA의 ‘물류 감축 및 재활용’ 프로그램의 시스템 분석 책임자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루크, 한, 레이아, 츄바카가 ‘죽음의 별 (Death Star)’에서 갇혔던 대형 쓰레기 압축기를 기억하는가? 그보다는 훨씬 작지만 비슷한 형태다. 쓰레기 처리 공간이 0.1㎡에 크게 못 미친다. 쓰레기(식품 포장재, 물수건, 헌 옷) 등의 쓰레기가 압축기 안에 들어간다고유어트가 말했다. 기계가 그것들을 사각형으로 납작하게 눌러 65℃ 안팎으로 가열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 키 퍽 모양의 타일’은 방사선 차단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소중한 부산물도 얻는다. “안에 남은 수분이 스며 나오면 그것을 다시 압축해 재사용할 수 있다”고 그가 말했다. “우주에선물이 귀하다. 따라서 쓰레기에서 가능한 한 많은 물을 뽑아내려 한다.”

화성 탐사여행에서 “지속 가능성은 선택 사양이 아니다”고 플린이 말했다. 필수조건이다. 보유한 자원으로부터 마지막 한 방울의 효용성까지 짜내야 한다. NASA는 인간의 배설물조차 그냥 버려지지 않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글= ROB VERGER 뉴스위크 기자
번역= 차진우

사진 설명= 1.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자원이 한정돼 있다. 따라서 우주인들은 재활용에 많은 신경을 쓴다.
2. NASA는 미생물들을 이용해 소변을 식수로 변환하는 생물변환기를 개발했다.
3.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케플러-186f의 상상도. 생명체가 거주할 만한 지역의 먼 항성 궤도를 도는 지구 크기 행성이다.

“20년 내에 외계인 발견된다”

생명체에 필요한 요소와 환경이 우리 은하에 흔하다고 SETI 천문학자들이 밝혀

지구 밖에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천문학자와 우주 마니아들이 오래 전부터의 문을 품어 왔던 문제다. 이제 한 천문학자 그룹의 말을 믿는다면 불과 20년 이내에 그리고 충분한 자금만 공급되면 그 답을 얻게 된다.

지난 50년 동안 지구 밖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찾으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그리고 생명체에 필요한 요소와 환경이 우리 은하에 흔하며 “어쩌면 곳곳에 널려 있음”을 말해주는 여러 가지 증거가 발견됐다. 캘리포니아주 외계지적 생명체 탐사(SETI) 연구소의 천문학자들이 5월 말 미국 하원 과학·우주·기술 위원회의 공청회에서 밝혔다.

“우리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있을 만한 다른 세계가 지구 외에 적어도 대여섯 개 는 존재한다.” SETI 연구소 선임 천문학자 세트 쇼스택의 말을 디스커버리 뉴스 가 인용했다. “그것을 발견할 확률이 높으며 그럴 경우 예산지원에 따라선 앞으로 20년 이내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쇼스택에 따르면 태양계 또는 그 외부의 외계 생명체 모색은 3가지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과 자금지원은 지금껏 대부분 태양계 내의 화성과 위성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먼 행성의 대기에서 산소 나 메탄의 증거를 찾는 제2의 접근법도 있다고 디스커버리 뉴스가 보도했다.

산소나 메탄은 대체로 지구 생명체와 연관성이 높은 가스들이다. 셋째로, 천문 학자들은 기술적으로 앞선 외계인들이 전파나 기타 신호를 우주로 쏘아 보낼 가능성을 탐색한다.

SETI에 따르면 그들의 프로그램은 세계 최대의 전파 및 광학 망원경을 이용해 먼 행성들에서 선진 문명과 기술의 증거를 찾는다.

5월 말의 공청회에서 캘리포니아대(버클리)의 댄 워타이머가 다른 행성들에서 지적인 생명체를 찾기 위한 현재의 프로젝트들을 설명했다. 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이 같은 노력에 큰 기여를 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1조 개의 행성이 있음을 케플러 망원경이 보여줬다. 항성 수의 3배에 달한다.

“이들 행성 중 수십 억 개가 지구 크기이며 ‘거주 가능한’ 말하자면 이른바 ‘골디 락스’ 지역에 있다. 호스트 항성으로부터 너무 멀지 않고(춥지 않다) 너무 가깝지도 않은(덥지 않다) 위치를 말한다.” 워타이머가 한 성명에서 말했다. “우리 은하 말고도 수십 억 개의 다른 은하가 있다. 생명체가 등장해 진화할 만한 곳이 숱하게 많다.” -KUKILBORA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