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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는 자연과 자기와의 대비 있어야|잘 다듬은『회상』, 비슷한 낱말 중복 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조는 예부터 우리 겨레가 써 온 시의 이름일 뿐인데 시조와 시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인식되는 데에서 시조가 발전하지 뜻하고 있다.
좋은 시조를 쓴다는 것은 곧 좋은 시를 쓰는 일이다.
다만 특정한 형식을 밟아야 하는대 이것도 알고 보면 바둑의 정석처럼 시를 짓기에 편리한 공식이지 결코 불편스러운 것이 아니다.
『산사에서』는 소재가 고풍스럽고 군데군데 거친 표현이 있으나<마지막 남은 반폭에 흰빛 낙관 운유암>이 겨우 시를 건지고 있는데, 자연을 그릴 때는 자기와의 대비가 있어야하지 않을까?『회상』은 시가 그림같이 예쁘게 빠지긴 했는데<서럽게><서러워><울고><눈물><눈물>등 비슷한 이미지의 낱말들이 겹치고 있는 것은 큰 잘못이다. 유의하기 바란다.
『야상곡』은 방이라는 절망속에서<여명>의 희망을 키우는 의지는 긍정적이나<생의 파편>은 몹시 거슬린다. 하나 하나의 말을 꿰매는데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초여름 밤』은 무던히 솜씨가 익어있는 작품이다. 시골의 한 풍경을 눈으로 보는 듯 옮겨 놓은 것은 장하지만 평범한 것에 그치고<톡 쏘는>그 무엇이 없다. 『떠나던 기억』은 제목에서부터 멀 다듬어진 느낌을 준다. 제목은 설명적인 것 보다 상징성을 지녀야 낫지 않을까? 표현은 뛰어나지 못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정은 맥맥히 살아있다.
『어버이날에』는 운문이라기보다 산문에 가깝게 할 말을 풀어놓고 있다. 시의 생명은 말의 압축에 있는 만큼 대패질을 거듭해서라도 꺼칠한 부분은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옥잠화』는 꽃에다 불심의 세계를 얹어서 형상화하고 있다. 연꽃이 아닌 옥잠화에 불가의 의미를 띄우는 것이 어떨까 싶지마는 만물의 윤회설을 생각한다면 굳이 어긋난 일은 아닐 것이다.『백합화』는 한편의 시를 쓰기 위한 고뇌가 덜 그려져 있다. 단수일수록 촌철살인의 매운 맛을 지녀야할텐데 손쉽게 삼장을 매운 느낌이다. 돌이켜 보기 바란다. 이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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