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신·생육신"등 악성루머로 업계 울상|「사채파동」후유증 심각한 경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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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 여인 사건에 웬만한 기업이면 한번씩은 다 관련 설이 나도는 통에 경제계는 혹시나 자기의 회사이름이 들먹여질 까 봐 초긴장상태.
업계에서는 장 여인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공영토건·일신제강 등 6개 업체를 「사육신」으로 부르는가 하면 가장 빈번하게 구설수에 으르고 있는 6개 사를「생육신」에 빗대기도. 또 장 여인을「장희빈 이후 가장 통큰 여자」로 부르기도 해 애꿎은 이조의 역사가 자주 원용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들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해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퍼지는 악성루머를 가만둘 수도 없어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만 고민을 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요즘 재계에선 무슨 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큰 공사를 땄다느니, 국내에서 큰 사업을 벌이느니 하는 악성루머에 맞불 격인 소문들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큰 기업그룹에선 각 사별로 갖고 있는 어음을 다시 체크하는 한편 무슨 소식을 들으려고 안테나를 총동원하고 있다. 시중에선 어음 노이로제 상태가 벌어져 어음 받기를 꺼리고 있다.
하종가를 지켜보며 객 장에서 웅성거리던 투자자들이 급기야 14일부터 곳곳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당국이나 증권회사들이 더 이상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것이다.
이날 하오 2시전부터 투자가 1백여 명이 서울명동일대 삼보·한신·대신 등 증권회사의 객 장을 순회하며 일단 증권시장의 휴 장을 요구했다.
이 바람에 증권거래소 측과 증권업협회 등은 조만간 이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해 경비태세의 특별강화를 지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흥·상은의 전 은행장들이 검찰에 소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 가는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원들은 수시로 자리를 같이 하면서 돌아가는 사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은행원을 배임으로 걸 경우 면책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걱정.
한 임원은『은행은 담보보다는 신용에 따라 대출을 해 주라』고 해 놓고 막상 일이 터지면 담보부족이 문제가 된다면서『앞으로는 담보위주의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
그러나 은행들이 이번 사건에 깊이 관련돼 있는 만큼 앞으로 얼마나 확대될지 조심스러운 표정들.
장 여인 사채파동에 대한 인책범위가 어디까지 될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이 관가 특히 경제부처 공무원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도 엄청난 사건이기도 하려니와 민심수습을 위해 어쨌든 인책인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인데 어느 선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가가 공무원사회의 최대 관심사.
금융 가와 증시가 파동의 두 원지 여서 재무부권에 가장 강한 태풍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 반면 같은 경제부처라도 기획원·재무부·상공부 등은 역시 한 치 건너 두 치여서 되도록 이면 사건에 직접 말려들지 않으려는 눈치들.
공무원들도 모이기만 하면 장 여인 화제로 꽃을 피우는데 고위직은 그래도 체면이 있어 겉으로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하위 직은 노골적으로 허탈감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치맛바람에 사장이 바뀌어 버린 광진 공은 이례적으로 신·구 사장의 이·취임식 날짜를 따로 따로 잡아 두「거물사장」이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전임 이규광 사장은 13일 이임 식을 가졌고 신임 김복동 사장은 14일 아침 유창순 총리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즉시 광진 공으로 직행, 취임식을 가졌는데 두 사장 모두 이·취임사를 통해 장 여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광산자원의 개발이용에 힘써 줄 것만을 당부.
김 사장은 취임 첫날인 14일에만 2번의 간부회의를 주재했고 15일에도 아침 일찍 출근, 간부회의를 소집하는 등 업무파악을 서두르고 있다.
공영어음 50억 원이 물린 삼익주택은 그동안 벌여 놓은 공사대금 수금과 아파트 판매촉진으로 위기를 넘긴다는 방침아래 수금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익 측은 그동안 서울지하철과 수주공사대금으로 약 4백50억 원을 받을 것이 있어 이를 우선 지불해 줄 것을 서울시 등에 요청했으며 현재 미분양아파트 8백여 가구 분에 대한 비상판매대책을 세우고 있다.
회사측은 해외공사 미수금 1천만달러와 신규 계약 분의 선수금 4천만달러 등 5천만달러가 곧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주거래은행 측도 지원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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