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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입 불전 사채로 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78년 초여름 서울 삼청동 칠보사의 주지실-.
화사한 한복에 팔등신 미모의 자태를 갖춘 한 여인이 문화재급인『금동 용두관음보살상』을 호국기원의 물심으로 기증했다. 불상은 그후 칠보사에 봉안됐다.
그러나 그 미모의 여인은 지난해 봄 서울 평창동에 관진 단원이라는 개인사찰을 가지면서 칠보사에 기증했던 이 보살상을 마치 빌려주었던 물건처럼 다시 회수해 자기 절에 봉안했다.
혜성처럼 나타나「보각행」이라는 불명으로 억대의 시주를 서슴없이 쾌척, 명성을 흩날린 장 보살(속명 장영자)-.
2억원 짜리 불상을 주조, 멀리 일본 오오사까 고려사에까지 보내주는 등 장 여인의 불교계 행각은 2천6백억원의 어음을 돌려 금융계를 휘저은 위세 못지 않게 화려했다.
그러나 두 얼굴을 지닌 그의 보살행이 신비의 베일을 벗자 불교계는「불교 얼굴」에 또 한번 먹칠을 당했다는 장탄식이다.
장 여인의 불교계 영향력은 주로 이서옹 전 조계종 종정을 중심한 백양사 문중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승단의 인사에도 개입했고 신도사회의 신망을 역이용했다.
공영토건의 변강우 전 사장이 불교신자인 것을 알아내고 쉽게 접촉하며 변 사장이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번에 피해 기업주들의 상당수가 불교 신도라는 점에 비춰 장 여인이 베푼 그동안의 선심은 계획적이었던 것 같다』고 신도들은 말했다.
장씨는 개종 후 허모 승려소개로 이서옹 스님에게서「보각행」이라는 불명을 지어 받았다.
백양사 문증의 돈독한 화주가 돼 지난해의 전남 장성호 수룩대재봉행, 제주관음사관내 말사의 동양최대 석불상 건립 등의 불사시주를 도맡았다.
그녀의 실력은 지난해 D사의 주지발령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최근에는 H스님을 서울 도선사 주지로 앉히려는 운동을 하기도 했다.
장씨의 거액 시주는 미리 계산된「위선」에 불과했다.
그러나 큰 법회 개최 비용을 시주하고는 법회수입 불전을 차용, 사채시장에 돌려 굴리기도 했다고 한다.
장 여인의 초기 재산 증식과정은 모 화랑의 K씨 등을 통한 골동품 투기였으나 78년 신안 앞 바다 불법 인양 유물을 구입했다가 구속돼 벌금형을 받고 나온 후부터 손을 털고 그후로는 골동가에서 물건을 사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장씨의 불교 인연은 이철희씨와의 결혼, 피해 기업주들의 상당수가 신도라는 점 등에서 불교계가 그의 오늘에 이르는 기반이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일부 승려와 신도 가운데는 아직도 장씨의 행각을 믿으러않고 구명운동과 일부 보도에 대해 합의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 서울 조계사 앞마당에서는 장 여인의 석방을 청원한다는 불자들의 서명 날인이 벌이지기도 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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