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화장 해야하는|여자 교통 경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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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말쑥한 스커트제복에 산뜻한 수신호, 밀리는 차량을 정리하느라 진땀을 빼면서도 상냥한 미소가 항상 돋보인다.
서울시내 주요 간선도로에 선보인 여자교통 경찰관.
『수고하십니다. 면허증 좀 보여주세요. 도로교통법 27조 주차 위반을 하셨어요』딱지를 내미는 부드러운(?)모습에 중년 택시운전사는 개면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다.
비록 단속에는 철저하지만 이들 교통 여성들은 운전사들로부터 위압감이 덜해 좋다는 호평을 받고있다.
『호루루기 소리도 한결 산뜻하게 들려요』 운전사들은 호랑이로 통하던 교통 경찰관의 이미지가 바뀌게 됐다며 여자 교통 경찰관 제도를 환영했다.
이들이 거리에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해 크리스머스 이브인 12월24일부터.
서울 시경이 그동안 여자 교통 순시원 제도를 운영해 본 결과 성과가 좋아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여자 경찰관을 교통업무에 투입키로 결정한 것.
현재 서울시내에 근무하는 여자 교통 경찰관은 20대 초반으로 모두 30명. 지난해 8월 6천1백여명이 지원, 76·1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여순경 80명중 철저한 면접을 거쳐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적임자를 뽑아 3개월여의 특수교육을 마친 뒤 배치시켰다.
12일 상오 서울역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장지미 순경(22)은 『높은 사고율·교통체증 등 불명예스런 교통환경의 오명을 씻는데 일익을 담당하겠다』며 예쁜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제복의 매력에 끌려 경찰에 투신했다는 장 순경은『위반하면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금지구역에서 멋대로 좌회전을 하는 등 위반 사례가 너무 많다』며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딱지를 떼지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교통 여경들의 활동구역은 주로 4대문 안.
시청 앞·서울역·광화문 네거리를 비롯해 회사 밀집지역과 통학로 등 교통 혼잡지역에서 남자 교통 경찰관과 함께 또는 혼자 근무한다.
러시아워 때는 도심지로 몰리는 차량소통을 원활하게 돕는 것이 주임무이며 교통질서를 지키도록 차량과 보행자 계몽·단속에 주력한다.
멋대로 차도를 건너는 사람을 불러 주의를 주고 살그머니 신호를 무시한채 달리려는 택시·승용차를 적발한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내닫다 접촉사고를 내고 혼잡한 길 가운데 차량을 세워둔 채 시비를 벌이는 운전사들에게 엄중한 문책을 해야하는 것도 업무중의 하나.
김경연 순경(21)은 『길 한복판에 서서 멋진 제복을 입고 호루루기나 불어대면 되는 한가한 직업으로 알면 큰 잘못』이라며『하루 10시간 가까이 서서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평균20km이장씩을 걷는 강행군』이라고 털어놨다.
상오7시 출근해 담당구역을 배정받은 뒤 길 잃은 어린이·할머니들에게까지 시달리다 보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하오7시쯤엔 그야말로 녹초가 된다.『데이트할 시간도 없어요.』그래도 김 순경은『도심 교통의 활력소 구실을 한다는 보람과 사명감 속에 생활은 즐겁다』고했다.
일과시간 전후에 교통 여경 전원이 모이는 서울 도염동45 서울시경 교통과 505호실은 젊은 여성들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금남의 방. 1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교통단속 실적표가 내 걸리고 다시 처녀로 돌아가는 예쁜 원피스 등이 걸려있다.
가끔씩 회사원·공무원들로부터 미팅 신청이 들어와 웃음꽃이 피기도 하지만 이 신청에 응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함구한다.
햇볕을 바로 쐬는 거리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가장 큰 고민은 얼굴이 그을리는 것. 때문에 기초 화장품 외에 햇볕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해 주는 특수 화장품은 필수.
월5천∼1만원까지의 화장품 값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큰 애로사항은 공해와. 먼지에 시달리는 것.
하루 5∼6회씩 틈나는대로 세수를 하지만 얼굴과 옷이 금방 더러워져 속이 상한단다.
이밖에 교통 여경들은 단속을 하다 돈을 건네며 봐달라고 사정하는 운전사들과 만나는게 가장 질색이라고 말했다.<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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