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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전쟁 고교 교실 "커닝은 어림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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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등학교의 1학기 말 시험 감독이 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시험지 유출, 내신 조작 등 각종 성적 관련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진 데다 2008학년도부터 대학입시가 수능 중심에서 내신 성적 위주로 바뀌면서 일선 고교들이 시험 부정행위를 막아 내신성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 부정행위 막기 비상=서울 도곡동 E여고 등은 한 교실에 1학년 학생과 2학년 학생들을 절반씩 앉게 해 시험을 치른다. 중곡동 D여고는 학생들의 좌석을 시험 시작 5분 전에 지정해 주고 매 시간 다른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다. 평소 공부하던 교실의 책상이나 벽 등에 답을 미리 적어 놓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목동 H고 등에서는 학부모들을 '명예 감독관'으로 위촉해 교사들과 함께 시험을 감독하며, 반포동 S고 등에서는 시험시간에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적발되면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등 엄격한 감독체계를 준비했다.

청담동 Y고와 하계동 D고 등에서는 시험기간 중 각 교실의 벽시계를 떼어 버렸다. 시계의 초침을 이용해 학생들끼리 정답 신호를 주고받는 부정행위인 일명 '초치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D고 정하근 교무부장은 "답안을 몰래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앞뒤 좌석의 간격을 1m 이상 벌리고, 시계나 거울 등 부정행위에 사용될 물건은 미리 교실에서 치워버렸다"며 "부정행위는 내신 관리에 매우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만큼 앞으로 철저히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정동의 S고에서는 커닝 페이퍼를 숨기거나 몰래 참고서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책상의 앞뒤를 돌려놓고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험시간에 학생들이 화장실에 가려 할 경우 반드시 교사를 동행시키는 학교도 많다. 학생들이 화장실에 몰래 커닝 페이퍼를 숨겨두고 '긴급한 용무'를 빙자해 정답을 보고 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김승오 연구관은 "감독 교사의 수를 늘리고 한 반 학생들을 2개 교실에서 나눠 치르게 하는 등 부정행위 방지대책을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고 말했다.

◆ '양심'이 최고의 커닝 예방법=그러나 학생들의 양심을 믿으며 '무감독 시험' 전통을 고수하는 학교도 있다. 내신성적 비중이 커져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지만 자율과 양심의 전통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인천 제물포고는 '양심은 민족의 소금'을 교훈으로 내걸고 50년째 무감독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 김기룡 교감은 "재학생들과 동문의 자부심이 대단해 시험감독을 강화하는 것보다 부정행위 방지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앙여고, 진주 삼현여고, 이천 양정여고, 김천 성의여고 등도 20년 넘게 무감독 시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학교도 교실 안에는 감독교사를 배치하지 않지만 복도에 배치하는 감독 교사를 늘리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손해용.박수련.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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