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법원이전 백지화|공공건물 수도권 신·증축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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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조치는 수도권내 인구억제 및 분산을 위해 정부가 솔선해 정부기관 및 공공 청사부터 신·증축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연시다. 현재 수준의 청사면적을 동결시켜 참고 나가겠다는 고육지책이기도 하고 민간에 대한 강력한 촉구의 뜻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77년 수도권 인구재배치 계획에 따라 그동안 서울시내에의 중앙행정부와 국영기업체의 신·증축과 대학·전문대학의 신설과 증원, 서울강북에서의 고교신설을 금지했었다.
그러나 지난 3월16일 중앙청을 민족박물관으로 만들고 정부부처 일부를 과천으로 옮기는 청사재배치 계획발표 이후 많은 정부기관 및 국영기업체·정부투자기관들이 서둘러 수도권내에 자체청사를 지을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만일 그대로 놓아둘 경우 수도권인구 억제가 공염불이 될 것으로 판단, 선수를 친 것이다.
이번 조치의 특징은 정부기관과 정부에서 돈을 대준 기업체까지 새로 청사를 지을 때는 철저히 경기도 밖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것이다. 77년의 인구재배치계획 때는 서울에서 행정부의 청사를 짓지 못하게 하였으나 이것을 서울·인천 및 경기도로 범위를 확대하고 입법·사법기관과 수도권내에 있는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시켰다.
이번 조치로 정부중앙부처는 물론이려니와 90여 개의 정부투자기관이 내집 마련에 타격을 받고 청사를 지을 때는 경기도를 벗어나야 하게 됐다. 정부투자기관이 24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회사가 47개, 국유 재산 현물출자기관이 35개, 정부지원을 받은 법인이 25개인데 중복된 회사를 제외하면 90여 개가 된다.
주공·도공·석공 등 공사와 한은·산은·국민은·주택은행 등 금융기관, 정부가 설정한 연구원. 교육원·농협·축협·수협 등 협동조합 등 이 모두 포함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세를 들고 있다.
이처럼 철저히 수도권에서 이전시키는 것으로 돼 있으나 정부본부·본 청의 차하 기관에 한해서는 수도권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신축을 허용한다.
공공기관 가운데 정부가 투자한 금융·보험·증권·무역·관광·체육·언론·통신기관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 수도권을 금융·무역 및 문화기능의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교육시설에 대해서는 이전촉진지역에 한해 규제를 하지만 이번에 대학과 전문대학의 신·증축을 봉쇄해 역시 복수이남으로 이전케 했고 고교에 대해서만은 완화, 강북이라도 서울도심 8km 밖에서는 신·증축을 하게 했다. 이는 그동안 강북의 고교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 완화한 것이다.
민간 대규모 건물은 이전촉진지역에 한해 사무실용과 판매시설만 규제했다. 따라서 빌딩과 백화점·쇼핑센터 등만 규제를 받고 아파트·호텔·운동시설·극장·공연장 등은 서울에서도 종전처럼 건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의정부 등 이전촉진지역이라 해도 도시재개발·도시설계·특정가구정비계획지구는 사전허가를 받아 종전대로 건축을 할 수 있다. 도시재개발이란 정부가 민간으로 하여금 불량지구를 헐고 새로 건물을 짓도록 하는 것이고 도시설계와 특정가구정비지구는 용도·높이·배치 등을 지정, 도시를 균형 있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번 조치로 서울시청의 서초동 이전계획은 일단 백지화된다.
또 서울의 강남지역은 일대토지용도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많은 정부기관과 정부출자기관들이 강남에 땅을 확보, 공공청사부지로 지정 받아 있으나 이를 못쓰게 된 것이다. 따라서 수백만 평의 청사부지가 다른 용도로 바뀌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앞으로 경기도 권으로 살짝 벗어난 천안과 조치원·대전 등지가 공공기관의 새 청사부지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도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낀 교통편리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수도권인구억제나 재배치를 위한 완벽한 청사진은 아니다. 다만 수도권에서 공공청사를 내쫓는 작전이다. 과연 몇 개의 기관이 서울을 버리고 멀리 나가려 할지 의문이다.
이번 조치로 서울과 인천 및 수도권 위성도시에서의 사무실 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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