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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물 규제, 타당한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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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권 전역에서 대규모 건축물의 신·증축을 규제키로 한 수도권문제심의 위원회의 결정은 선후가 뒤바뀐 정책이다.
이번에 취해진 조치의 근본이유는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억제키 위한 것이라는데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의 인구집중과 대형건축물이 과연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앉는다.
인구의 도시집중은 경제성장, 산업구조고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도시정책은 우선 이를 효율적으로 수용하고 주거·경제활동 등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기능을 효율화시키는데 있다.
그리고 인구배치계획은 지방중소도시로의 행정이양을 확대하여 수도권에 상주하지 않더라도 모든 행정 절차릍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인구분산은 지방분권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도시의 건설은 국토이용의 극대화란 또 다른 측면에서 파악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경우에는 도시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건축물의 대형화는 점차 구조가 변화되어 가는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요소다. 또 한편으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연지지역을 조성하는 데도 기여한다.
수도권지역, 그 중에도 도심지역에 남은 녹지가 40%도 안 되는 터에 대형건축물을 규제한다면 필연적으로 녹지를 감식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도심지역에는 대형고층건축물을 짓도록 하여 점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고 녹지도 보존하는 양면의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
뉴욕, 동경 등 세계적인 대도시가 대형건축물을 규제하고 있던가.
오히려 매머드 건물을 신축하여 도시의 경제활동을 돕고 녹지를 최대한 늘리고 있다.
대도시의 대형건물은 주거용이 아니다. 모두가 업무용이다. 인구집중을 초래한다는 주장에는 논리상 모순이 있다.
도심, 또는 업무중심지역은 낮에만 붐비고 밤에는 한산해지는 것이 외국의 대도시현상이며 우리도 그렇게 되고 있다.
따라서 도시정책의 중점은 교통·환경문제 등에 두어야 하며 업무용 빌딩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데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도시의 인구집중은 소득수준의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내의「도시문제특별그룹」은「도시의 쇠퇴」(urban decline)가 현저해 지는데 대비하여 금년 말까지 그의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의 대도시는 반대로 도시에서의 인구유출이 심각하여 도시의 슬럼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0년부터 75년까지 15년 사이에 영국의 리버 풀은 26.4%, 미국의 세인트루이스는 25.6%, 프랑스의 파리는 18.2%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소득의 변화가 자연적으로 인구배치에 작용한다는 실례이다.
건설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천년까지 도시화 율이 81.6%에 이른다고 하나 그동안 소득이 올라가는 것을 고려하고 예측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보다는 쾌적한 생활공간을 찾아 탈 도시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의 건축물을 대형화하면서 녹지를 될수록 많이 만들어 미래지향형 도시로 가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인구의 적정배치는 국토이용계획과 인구증가억제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며 건축물의 대형화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서울은 수도로서의 부끄럽지 않은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도시계획은「인구분산」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국제선진도시의 모델을 감안해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하나의 「작품」으로 이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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