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신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장보각행의 거액 외화도괴 사건과 윤경화 노파의 피살사건-.
두 사람 모두가 한국 불교계를 주름잡은 신도요, 쟁쟁한 보살님들이었다. 물론 이 보살들의 불교를 위한 헌신과 큰 불사화주로서의 공덕은 불교인 모두가 높이 찬양할만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장 보살의 문화재 급에 속하는『용두관음 보살상』의 서울 칠보사 기증, 전남 장성호에서의 대규모·수륙대재 봉행과 윤 보살의 대찰 건립 계획 등은 세인의 선망까지도 불러일으킨 불사였다.
장 보살은 79년 가톨릭에서 불교로의 개종 선언과 함께 한국불교 신도사회의 혜성으로 등장, 지난해 여름에는 서울 평창동의 한 사찰을 매입해 각진비원이라는 개인사찰까지 마련하기도 했다.
각진비원이 문을 열던 날에는 전남 백양사 문중의 거물 스님들은 물론 총무원장을 비롯한 불교 조계종 간부 스님들이 대거 참석, 점심 공양까지 대접을 받고 돌아왔다.
불교계의 신도「치맛바람」-.
긍정적으로는 흔히 보살님으로 호칭되는 부녀 신도들의 왕성한 불심 원력을 뜻하지만 부정적으론 화주 신도의 치마폭을 감고 도는 스님들의 저자세를 풍자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 불교계는 앞의 두 보살들이 사회적 사건으로 물의를 빚으며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자 그들을 불교신도로 수용한 자세를 놓고 화제가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두 사건은 주인공이 불교와 관련을 가졌고 세칭 신도「치맛바람」이라는 한국 불교의 한 구석을 공공연히 노출시킨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그래서 불교계는 이들 사건에 따른 씁쓸한 뒷맛을 반추하면서 신도들의 실천적 수행자세를 크게 자성하는 것 같다.
『무변 중생을 건지고(중생무변서원도), 무진번뇌를 끊고 (번뇌무진서원단), 무량법문을 배우고(법문무위즙원학) , 무람불도를 성취하겠나이다(불도무상서원성)』
크고 작은 법회나 기타 모든 불교 행사에서 언제나 식순의 하나로 폐회직전에 참석한 스님과 신도 모두가 함께 소리내어 다짐하는「사홍서원」의 내용이다.
즉 대승 불교의 보살이 실천 행에 앞서 정신확립을 다짐하는 부처님 앞의 서약이다. 이는 모든 불교행사에서 대각 견성의 지혜를 닦아 무고 안락의 세계인 피안에 이르겠다는 교리적수행을 거듭 확인하는 『반야심경』 독송과 함께 불자의 기본자세를 천명하는 금과 왕조-.
또 보살은 한걸음 나아가 행동강령으로『행동을 바르게(섭률의계), 일을 착하게(섭선법계) , 중생을 이롭게(섭중생계)』하겠다는 삼정계와『포시를 베풀고, 친애스런 말을 하고, 실제로 이로운 행동을 하고, 남의 일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사섭법을 다짐한다.
원래 보살이란 말은 석가모니가 출가해 성도를 할 때까지에 붙여졌던 호칭이다. 그후 대승 불교에서는 모든 불자를 보살이라 호칭하고「출가보살」(스님)과「재가보살」(신도)로 구분해왔다.
한국 불교에서는 고려 때 한 왕이 어느 돈독한 신심의 여신도를「보살」이라고 부른 것이 시초가 돼 흔히 부녀 신도를 보살이라고 불러온 것으로 전해져 있다. 어쨌든 오늘의 한국 불교는 여신도를「보살」, 남 신도를「처사」로 호칭하는게 불교 집안의 관행이 돼었다.
거듭 되풀이하는 것이지만 한국 불교는 자타가 공인하는 분명한 대승 불교라는 점을 감안 할때 신도의 자세 역시 보살항도에 모든 게 위착된다 하겠다. 다시 말해 이「육파나밀」(포시·지계·인욕·정진·비정·지혜)을 닦고 신·해·행·증의 보살 행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불자의 자세라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 불교 신도가 지닌 문제는 신앙의 자세, 종단 운영에의 참여시비, 신도의 조직화 문제 등으로 크게 요약된다.
한국 불교는『한가정의 태평, 일신상의 재수발원, 막연한 내세극락을 염원하는 노파·부녀자의 전유물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흔히 들어오고 있다.
불교신도 구성은 현재 남자3백만, 여자 7백만명으로 보살이 처사의 2배에 가깝다.
물론 종교에는 다소의 석복적인 요소가 없지 않다는 세속의 인식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사업이 부적·사주 등을 본업처럼 한다는 이야기는 있울 수 없는 일이다.
여신도가 많다는게 문제일 것은 없다.
다만 『반야심경』독송과『사홍서원』다짐대로의 신앙자세를 실행에 옮기고 있느냐는 것이 문제다.
신도의 종단운영 참여는 태고·천태종의 일부 대처 승단에서는 문호가 개방돼 종회 의장, 총무원 부장 등의 종단 중책을 신도가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조계종의 경우 참여를 명시한 종헌과는 달리 아직까지 신도들의 염원에 머문 채 실현이 안 되고 있다.
조계종 전국 신도회는 4백40만명의 회원을 자랑한다. 그리고 각 도 지부와 시·군 지회(1백54개) 각급 사암 신도회(1천1백개) 로 이어지는 형식상의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신도회 간부들까지도『불교 신도의 조직이나 체계적인 관리는 뜬구름 같다』는 평을 대체로 수긍한다.
조계종의 경우 최근 신도회 측이 신도의 종단 참여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70여명의 자체 포교사(전법사·전교사)를 양성, 독자적인 포교노선 등을 정립하자 종단 측이 3백여명의 승려·신도 포교사를 선발해 교육시키는 등의 자각적 대립상(?)까지도 보였다.
이제 한국불교 신도는『사랑(자) 연민(비) 기쁨을 같이함 (희) 악의 평정(사)』이라는 사무양심을 가다듬는 신도의식화가 절실한 것 같다. <이은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