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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포퓰리즘 겨냥한 홍준표의 무상복지 브레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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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3일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울산·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무상급식 축소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끊긴다면 시·도교육청의 예산만으로 급식을 해야 한다. 지역마다 사정은 다르겠으나 경남도의 경우 도와 시·군이 지원을 중단하는 순간 특수학교 학생과 초·중·고에 다니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제외한 20여만 명이 급식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은 표면적으로 경남도교육청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경남도가 전체 무상급식 예산의 4분의 1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그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감사하겠다고 하자 도교육청이 이 요구를 거부하면서 빚어진 것이다. 도교육청은 도의 감사 실시에 대해 월권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에 대해 보편적 복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기관의 힘겨루기나 보수·진보 사이의 복지노선 다툼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정하기엔 지방재정의 사정이 너무나 심각하다. 지난해 17개 시·도교육청은 무상급식으로 2조3000여억원을 지출하면서 무상급식 외에 다른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여력을 상실했다. 시·도가 부담하고 있는 무상급식 지원금도 이미 1조원을 넘었다. 게다가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방교육청에 급식비를 지원할 법적 의무는 없으나 교육청에 지원한 예산이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할 의무는 있다. 이런 측면에서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은 지자체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홍 지사의 지원 중단 선언을 계기로 이제 우리 사회는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무상복지정책에 대해 재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시·도교육청도 시·도에 무조건 지원금을 부담하라고 요구하지 말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소득 상위자의 무상급식을 줄이는 등 급식비의 일부를 부담케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정이 바닥나면 복지는 물 건너간다. 재정 파탄이라는 폭탄이 터지기 전에 위험천만한 포퓰리즘 정책의 뇌관은 제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