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등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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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계약부부였던「시몬·드·보브와르」여사의 말이다.
요즘 여성들의 스포츠열기를 보면 정말 남성들의 얼굴이 붉어질 기록들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에는 이미 『여성스포츠』(위민즈·스포츠)라는 잡지도 나온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즈 지는『여성이 스포츠계를 지배하는 사대가 와야 한다』고 기염을 토한 일도 있다.
스포츠전문가들은 스포츠 세계에서 남녀사이에 스피드 차, 파워 차가 거의 없으며 정신 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논문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독연방 스포츠연구센터「한」박사의 연구다.
1978년 히말라야의 애나푸르나봉은 영국 여생등반대에 의해 정복되었다. 8명이 참가해 7명이 등반에 성공했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은 여성의 동상을 걱정했었다. 그러나 동상 자는 한 명뿐이 있다. 그 때 오히려 동행했던 남자들 쪽에서 동상자가 5명이나 났다.
이에 앞서 1975년 5월16일 일본의「다베」여사(1939년 생) 일행이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했었다. 후문이지만 그 때 이 여자는 생리 중이었다고 한다. 이 경우야말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성별의 차이는 정신의 세계에서나 있는 것 같다.
부부등반대도 있었다. 1906년이래 미국인 「워크먼」부부는 무려 5번이나 히말라야에 도전했다. 쿤봉(해발 7천85m) 정복에 그치고 말았지만 그 용기와 집념만으로도 하나의 기록이 될 만하다.
체력에 있어서도 여성은 남성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1977년 영-불 해협 횡단수영에서 19세의 소녀「신디·니컬러스」양(캐나다)은 도중 휴식 없이 19시간55분의 기록을 세웠다. 종래의 남성기록인 30시간보다 10시간5분을 단축시켰다. 1979년엔「니컬러스」양의 기록이 다시 40분이나 단축되었다.
요즘 히말라야산맥의 람중히말 봉(해발 6천9백86m)을 정복한 것은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이었다.
람중히말 봉은 우리나라 산악인들에 의해 우리에게도 이름이 나 있는 애나푸르나산 군의 하나다. 왼쪽에 다울라기리 제1봉인 루쿠 채봉, 닐기리 남-북 봉과 애나푸르나주 봉인 1봉을 비롯해 2, 3, 4봉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 오른쪽엔 한국 산악인들의 비원이 맺힌 마나슬루 봉이 있다.
이번에 개가를 올린 기형희 양은 직장의 산악동인들과 함께 히말라야 정복에 나섰다. 8년 산행의 경험을 쌓았다지만 직장인들과 어울려 이런 팀을 구성한 것도 흐뭇하다.
한국여성이라면 다소곳한 매무새로 걸음걸이도 사뿐사뿐 걸어야 하는 것이 오랜 인상인데, 정말 시속은 많이 달라졌다. 오늘의 한국 여성상은 활달하고 쾌활하며 건강미에 넘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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