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TV는 어떻게 대통령을 '제조'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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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계 제1의 권력자가 된 보통 사람들
아리마 데쓰오 지음, 홍창미 옮김
수린재, 222쪽, 9500원

현대 정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게 바로 TV다. 정치인이 광장의 군중을 상대로 사자후를 토하던 시대는 지났다. TV화면을 통해 다수의 유권자에게 간단히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에 따라 지도력이나 인품보다는 TV화면에 비치는 이미지가 더 중요해졌다. TV화면에 어떻게 비치느냐가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것이다.

이때문에 TV나 광고 전문가가 선거전략을 주도한다. 이들은 유권자에게 먹혀들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도사들이다. 문제는 연출과 조작이 명확히 구분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선거에서 어떻게 TV를 활용했는지 소개한다. 외곽단체를 통해 TV에 내보내는 흑색선전, 이기는 것보다 시청자의 호감을 얻는 게 중요한 TV토론, 실력보다 친근감을 중시하는 이미지 메이킹…. 아이젠하워에서 지금의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사용됐던 전략이 깔끔하게 정리돼있다.

여기서 '성공적'이란 말은 선거에서 승리를 안겨줬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인품.실력 등은 별개의 문제다. 이런 괴리에 대해 저자는 매우 비판적이다. 그 비판의 대상은 TV가 아니라 TV화면에 넋을 놓고 있는 우리 모두인 듯하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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