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APEC 스모그와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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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7일 장관급 회의를 시작으로 열리는 베이징(北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스모그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 홀짝제는 물론,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베이징과 그 주변 모든 공장에 대해 30% 가동 중단 조치까지 취했다.

중국 정부는 3일부터 기존 5부제인 자동차 운행 제한을 홀짝제로 더 강화했다. 또 정부기관 등 공공부문은 7~12일 6일간 쉬도록 취했다. 일반 기업에도 휴무 권유를 하고 있어 베이징 시내 절반 이상의 기업이 이 기간 동안 휴무에 들어갈 전망이다. 주택 건설이나 사회기반시설 공사 현장은 3일부터 아예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를 어기는 업체는 법이 정한 최고 한도의 벌금 부과는 물론 2개월 동안 건설사업 경쟁 입찰 참여가 금지된다.

이런 초강력 조치가 취해진 첫날 베이징 공기 오염지수는 바람이 불면서 7까지 내려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바람이 사라지자 오염지수는 다시 치솟아 4일 오후 3시 195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기준치(25)의 7배를 넘어 스모그 없는 APEC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21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베이징 도심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옌치후(雁栖湖) 주변에서 개최된다. 베이징시 외곽이지만 주변에 산이 많아 스모그가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중국 정부는 스모그에 대비해 정상회의 장소와 프레스센터 등에 최신 공기정화기를 설치했다.

중국 정부가 강제로 스모그 방지 조치를 취하면서 시민 불편과 기업 손실도 커지고 있다. 3일 밤 베이징 시내는 홀짝제 도입으로 차를 운전하지 못한 시민들이 퇴근을 위해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중국 잡지 콰이디(快遞)가 지난주 6개 베이징 택배업체의 66개 점포망을 조사한 결과 점포망의 50%가 APEC 기간 배송이 24시간 이상 지체될 것이라고 답했다. 61%는 배송 지연으로 100만 위안(약 1억8000만원) 이상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유가공 업체는 배달 차량 부족으로 아예 9일 동안 휴업 조치를 취하기도 해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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