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지 한달…세방 장판 색깔도 모르는 경찰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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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초봄의 어느 날 근무지 앞 버드나무에 한 쌍의 까치가 둥지를 틀기 시작하였다.
자잘한 나무가지를 물고 와서 버드나무 맨 위쪽 세가지 처진 곳에 틀을 다지며 울려놓다가 떨어지면 다시 올리고 떨어지면 또 올리기를 수십번, 지나다니는 차량과 소음에도 아랑곳없이 둥지를 틀어 올리는 역사는 계속 되었으며 근무 대원들도 하루하루 커져 가는 길조의 역사가 무사히 이루어지길 고대하며 고된 근무에 시름을 잊곤 했었다.
완공을 며칠 앞둔 저녁나절부터 내리던 이슬비는 폭우를 동반한 폭풍으로 변했고 밤이 새도록 악몽에 시달리고 난 후 아침, 보슬비 속에 까치의 울음소리와 함께 둥우리는 버드나무 위에 없었고 대원들 가슴에 괜스레 공허한 아쉬움이 감돌고 있었다.
그 까치의 울음소리가 그친 후의 아침에 주위를 돌아본다. 군에서 제대한 후 경찰에 몸 담은지 2년 남짓….
경찰에서 첫 봉급을 받으며 셋 중 하나는 줄어든 수입액에 손을 꼽던 나에게『내무부 장관이 박정희 대통령께 경찰 봉급을 인상하여야 한다고 건의하였더니 옆에 있던 국무위원이 경찰은 봉급을 많이 주면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니 인상해선 안 된다고 반대를 하여 박봉일수 밖에 없어』하던 선배동료의 말에 그냥 웃어 보였던 내 모습이 선하여지고, 이사한 월셋방 장판지 색깔도 모르며 달포쯤이나 되어 옷 갈아입으러 갔는데 자물통이 잠긴 방문 앞에서 멋적어 하다 어린애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는 말을 이웃 방 아주머니에게서 전해듣고 돌아선 그때가 경찰관으로 첫 번째 비애였다.
어느 지방유지의 취중에 옷 벗겨 버린다는 말이….
1계급 강등해도 군으로 다시 갈 수 있다면 가겠다는 후배동료의 말에….
20년간 봉직했다는 선배 경찰관의 말끝마다 그만둔다는 자조석인 푸념에….
오죽 못났으면 경찰 해 먹느냐는 주객의 객기 서린 말이 4월의 하순에 더욱 뼈저리게 와 닿는다. 어느 동료형사의 은행예금 절취사건에 울분을 토하던 날이 엊그제, 오늘 나는 고향에 계시는 늙으신 어머님으로부터 안부의 말씀을 들었다. 우 아무개가 사실이냐고, 고생이 많겠다며 몸조심하라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몸이 부모님 뵙기가 1년에 한번이나 되던가, 불효로만 점철된 2년의 경찰생활에 설움과 슬픔이 함께 하며 경향 각지의 부모님들께 용서를 빈다.
오늘은 4월30일, 순찰을 돌고 오다보니 근무지에서 멀지 않은 고압선 철탑 전주 중간에 야물게 지어놓은 까치 둥우리가 있었고 한낮에도 까악까악하는 까치의 울음소리에 그 슬기를 본다. 막사 옆에 옮겨 심은 무궁화나무에도 초록의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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