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훈 "주영이는 당구 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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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중앙일보 스포츠면 ‘스타 산책’(6월 25일자)에 소개됐던 ‘꽃미남’ 백지훈이 29일 경기에서 정규리그 첫 골을 넣었다. 김동진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넣었는데, 자신이 축구선수로 뛰면서 공식 경기에서 처음 넣은 헤딩골이었다고 한다. (스타 산책에만 나오면 그 선수가 희한하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날 박주영도 ‘환상의 드리블’로 김은중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중국 선수 4명을 농락한 뒤 골을 넣은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멋진 플레이였다.

공차는 마을 이야기

 백지훈을 만나서 팀 동료이자 청소년대표팀 동료였던 박주영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신문에는 기사 분량상 그 내용을 싣지 못했다.
 청소년대표팀에서 박주영이 너무 주목받으니까 동료들 간에 말이 나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백지훈은 “사실 그런게 없는 게 이상하죠. 애들끼리 그런 말들도 오갔어요. 그런데 주영이가 워낙 잘하니까요. 국가대표팀 있다가 청소년팀에 합류한 뒤에 대표팀에서 있었던 얘기도 많이 해주고, 동료들한테 모나지 않게 행동을 잘 하거든요”라고 말했다.

 백지훈ㆍ박주영ㆍ김진규는 청소년대표팀에서 ‘당구 멤버’라고 한다. 누가 제일 잘 칠까. 박주영이다. 백지훈은 150점, 김진규는 100점. 박주영은 200점을 넘는다고 한다. 당연히 게임을 하면 박주영이 많이 이긴다.
 박주영이 200점을 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 당구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룰을 소개하자면...
 보통 ‘4구 당구’라고 하는 것은 흰공 2개와 빨간공 2개를 갖고 하는 경기다. 흰공 하나로 빨간공 2개를 맞춰야 한다. 한번 맞출 때마다 10점이 올라간다. 200점이라면 20번을 맞춰야 한다. 흰공이 흰공을 맞추거나, 빨간공을 하나도 못 맞출 경우 1개씩을 더 쳐야 하는 ‘벌칙’을 준다. 처음 당구를 배울 때는 30점에서 시작하고  50,80,100,120,150,200,250,300 순으로 올라간다.
 200점이라면 2∼3년 열심히 해야 한다. 추측컨대 박주영이 고등학교에서는 당구를 안 쳤을 것 같고, 작년에 대학 와서 시작했다면 매우 빠르게 실력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당구와 축구 실력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아는 바 없지만, 당구에서 필요한 집중력ㆍ판단력ㆍ침착함 등이 박주영의 플레이에 도움을 준 것 같다.

백지훈과 내 카메라로 찍은 셀프카메라. 지훈이 앵글 살려주느라고 나는 완전히 망가졌다. 

  백지훈은 박주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같은 나이인데도 배우고 싶은 게 많은 선수예요. 수비수 한두 명을 스피드와 발재간으로 마음껏 제치고 나가는 것, 그리고 문전에서 침착한 골 결정력 같은 거요.”
 개인기라면 백지훈도 ‘한 개인기’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솔직한 답이 나왔다. “나도 제법 하지만 주영이 한테는 안 돼요.”
 백지훈은 신세대다웠다.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나도 열심히 해서 더 뛰어난 선수가 되겠다는 오기를 은연 중에 드러냈다.

 백지훈과 박주영. 한국 축구를 짊어지고 나갈 기둥들이다. 부디 깨끗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기사출처 : 정영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erry/501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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