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유물선, 해체 않고 인양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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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남 신안 앞바다 속에 침몰된 중국 원대 보물선의 대대적인 인양작업이 전개된다. 문공부 문화재관리국은 5일부터 5개월동안 해군당국의 지원을 받아 선체인양 및 주변 유물의 발굴을 위한 이례적인 일대의 발굴인양작업을 추진키로 하고 4일 발굴단을 현지로 보냈다. 76년부터 시작된 신안해저유물의 발굴인양작업은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매년 2개월씩 실시해 왔을 뿐 5개월 동안의 장기발굴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체의 인양작업이 중점인 이번 발굴의 특징은 종래와는 달리 해저 와이어 밴드 설치를 통한 「전 선체의 동시 인양」시도-.
철사줄을 침몰선체의 밑으로 넣어 묶은 다음 배의 잔해를 그대로 인양한다는 이같은 방법은 한국 해양고고발굴사상 처음 시도되는 새로운 발굴법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신안 해저전체인양 방법은 선체편단위로 수중에서 분해해 하나씩 인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선체분해 인양법은 80년부터 착수된 선체인양의 원칙일 뿐 아니라 이번에도 기본원칙이다.
지금까지의 두 차례에 걸친 선체발굴인양은 선체의 격벽 안에 있는 잔존유물과 주변의 유물을 발굴, 인양하는데 주로 중점이 두어졌었다.
따라서 선체의 본격 인양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며 신안 해저발굴의 하이라이트를 이룰 것으로 국내외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선체의 동시인양」은 노르웨이의 고대 바이킹선 침몰선체를 인양할 때 사용됐던 방법-. 이 발굴법은 선체의 보존도가 성패를 좌우하는 기본요건이다.
신안해저 보물선의 경우 개펄에 묻혀있는 부분(약60%로 추정)은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하고 나머지 바닷물에 노출된 부분만이 해충 등에 의한 부식이 심해 손만 대도 부스러지는 것으로 조사돼있다.
따라서 와이어 밴드를 통한 선체인양은 사전작업만 철저히 된다면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게 당국과 관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까지 현장발굴 경험을 가진 전문가 27명으로 구성된 발굴단은 작업기간이 장기화함에 따라 A·B 2개조로 나누어 1개월마다 교체토록 했다.
인양되는 선체조각 및 목재류는 문화재관리국 목포 보존처리장으로 운반, 염분제거 및 기타보존처리를 거쳐 촬영·실측·도면작성 등을 마친 후 서울로 이송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선체인양계획은 와이어 밴드인양이 실패할 경우 선편분해인양 원칙에 따라 선수 및 선미의 노출부분을 정밀 조사한 후 해체 용이한 부분부터 분해, 인양한다는 것이다.
선편분해 원칙은 목재조립단위별로 해체한다는 것-.
인양된 선편은 세부실측을 통해 우선 실물크기의 목제 모형선을 제작해본 후 모두 맞추어 침몰선을 원형대로 복원할 예정이다.
76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안 해저에서 발굴 인양된 중국원대의 중요 유물은 세계적인 일품 등을 포함한 청자·백자·금속제품 등 모두 1만6천2백6점에 동전이 40여 상자에 이른다.
한편 문화재관리국은 이번 발굴시각과 함께 지금까지 인양된 중요 문화재들을 컬러 및 흑백사진으로 담은 『신안해저유물』도록겸 발굴종합보고서를 출간, 최초로 공식 신안 해저유물발굴을 총정리했다.
5백여점의 유물사진을 담은 이 도록은 각분야별 유물에 대한 직접 발굴참여자들의 해설 및 유물별 출토일람표를 곁들였다. 금속·목재·석재·식물류 등은 76∼80년까지의 발굴유물 모두를 망라했으나 도자기류는 수량이 방대해 77년까지의 발굴분만 다루었다.
82년도 신안 해저유물선 인양발굴단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단장=윤무병(충남대교수·B조) 김정기(문화재연구소장·A조)
▲지도위원=김원룡·김재근·이태령(서울대교수) 최순우(국립중앙박물관장) 김유선(에너지연구소장) 전해종(서강대교수) 김기웅(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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