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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층간 소음 "건축주가 배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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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주민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를 건축주가 배상하라는 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전국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배상액 산정 기준이 된 소음 수준을 초과하고 있어 비슷한 배상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1일 "경기도 광주시 A아파트를 건설한 B산업개발은 방음 하자에 대한 보수 비용으로 주민 66명에게 모두 1억5천여만원을 물어주라"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조사 결과 2~3층 윗집에서 발생한 소음이 벽과 바닥을 타고 아랫집에 전달되는 등 다른 아파트보다 윗집.옆집의 소음이 전달되는 정도가 심해 건축주가 방음공사를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의 경량 충격음(물건 떨어뜨리는 소리)은 70~77㏈, 중량 충격음(어린이 뛰는 소리)은 52~55㏈로 측정됐다.

위원회는 지난달 말 새로 만든 '공동주택의 바닥 충격음 규제 기준(중량 50㏈, 경량 58㏈)'을 근거로 보수비용을 산정했다. 가구당 1백40여만~3백70여만원으로 평당 5만~6만원선이다.

◆파장=2001년 말 주택도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존 아파트 가운데 53%가 신설된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이 중 민법상 무상 하자 보수 기간인 10년 이내에 지어진 아파트라면 모두 분쟁조정 신청이 가능하다.

위원회는 당초 배상을 신청한 1백가구 중 세입자가 거주하는 44가구도 집주인을 통해 신청하면 같은 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3백80여가구도 마찬가지다.

◆논란=신설 기준은 내년 4월 이후 새로 짓는 아파트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소급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이전에는 벽면의 경우 철근 콘크리트면 두께 15㎝ 이상으로 규정됐지만, 바닥에 대해 '각 층간의 바닥 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라고 모호하게 돼 있었다.

실제 B산업개발은 채무부존재 소송을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경분쟁조정제도는 복잡한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피해를 구제하려는 취지여서, 결정에 불복하려면 60일 이내에 정식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신창현 위원장은 "기존 주택건설 기준 규정에도 바닥 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해야 한다는 근거가 있다"면서 "신설 기준을 이웃 간에 참을 수 있는 소음의 한도로 준용한 것일 뿐 소급 적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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