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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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78년 7월 어느 날 제1한강교에서 시내버스가 난간을 들이받고 강물에 추락, 33명이 사망했다. 사고원인은 조향 장치의 부속품 일탈. 그러나 장작 놀라운 일은 사고를 낸 운전사가 운전자적성검사결과 전체 7등급 가운데 최하위등급을 받은 「운전부적격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속도추정검사에서 합격선 1천4백 점의 절반밖에 안 되는 7백95점을 받았고 운동능력도 정상인의 절반, IQ는 53에 불과했다.
전문가의 시대라는 요즘 이처럼 부적격 전문가가 도처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만큼 무책임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적격」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규정에 알맞은 자격을 뜻하고 이 자격은 직업에 대한 적성에서 배양된다.
분업이 촉진될수록 적격자의 발굴과 양심은 절실한 문제로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핵무기를 다루는 군인이나 전문가는 적어도 3개월마다 적격자 여부를 판정 받게 되어 있다.
자동차 왕「헨리·포드」는 1908년 T형 자동차를 발명하면서 공정을 7천8백82개로 나누었다. 이 가운데 6백70개 공정은「두 다리가 없는 노동자」도 충분하며 7백15개 공정은 「외팔 직공」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분류했다. 심지어는 눈 먼 직공이 할 수 있는 일도 10개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체장애자에게 온정을 베푸는 박애주의자는 아니었다. 분업의 세분화가 생산을 효율화시킨다고 믿은 합리주의자였다.
미국 노동성은 미국 내 직종을 2만가지로 분류한다. 놀라운 분업사회, 전문가사회다. 이같이 다양한 직종에 알맞은 소질이나 능력을 검사하는 것이 직업적성검사다.
대개 체력검사, 지능검사, 특수성능검사, 성격검사로 나뉘는데 특히 성격검사는 본능적 충동을 억제하려는 정신적 통제와 적응기능을 관찰하는 것이다. 총기나 폭발물을 다루는 직종은 화기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물론이고 화기를 한번 사용해 보고 싶다는 본능적 충동을 제어하는 심리적 안정상태가 중요하다.
의령 총기난사사건을 재기로 내무부도 경찰의 적격검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찰채용 조건을 보면 주마다 약간 다르나 해당지역 거주자일 것, 고교졸업이상일 것이 전제조건이고 여기에 관찰력, 판단력, 기억력, 침착성을 테스트하는 적성검사에 합격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직업에, 대한 가치관, 도덕관이 확립되어야 하며 이것은 곧 직업의식이기도 하다.
직업에 대한 적성을 기르는 것은 곧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완수하자는 것이며 결국 그것은「봉사의 운과 더 봉사할 수 있는 능력」으로 가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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