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008학년 논술입시' 파문 확산] 학생·학부모 혼란 장기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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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7일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왼쪽 사진).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같은 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서울대의 '통합 교과형 논술시험'도입으로 촉발된 2008학년도 대입 '논술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대는 7일 당정이 '본고사 부활 기도'로 규정한 입시안에 대해 "철회 방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서울대와 교육부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대 입시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당정의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에 앞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은 한마디로 논술로 본고사를 부활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비겁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다급해진 교육부는 다음달까지 본고사 부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논술과 본고사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행정.재정적 제재 등 가능한 모든 압박수단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논술 파문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서울대 '본고사 아니다'=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 입시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입시안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내신성적 위주의 지역균형선발전형, 단과대학에 따라 다양한 방식과 비율로 특기재능 보유자들을 선발하는 특기자전형, 논술을 통해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정시모집 등 현재의 전형 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배석한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도 "일부 정치인이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선 안 된다"며 "입학전형 기본방향에 대한 분석과 이해 없이 당정 협의에서 철회하라고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앞으로 구체적인 입시안을 준비하면서 교육부의 정책을 최선을 다해 반영하고,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교육부 '가이드라인'마련 부산=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이날 "2008학년 대입의 기본 방향은 학생부의 신뢰도를 제고해 내신의 실질반영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김 부총리는 이어 "논술이 본고사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일부 학원이 이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논술과 본고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급적 빨리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이와 관련, "연구 용역 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참고해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학에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내신의 실질반영률을 높이도록 대학들과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내신 실질반영률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논술 비중이 축소될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 시민단체들 '논술 지양해야'=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서울대 입시안이 내신 중심의 2008학년도 입시제도 취지와는 어긋나는 방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날 김 부총리와 만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대학별 고사는 위험하며 논술 형식이든 다른 형식이든 지양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만중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대표는 "3불 정책 등 교육의 근본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교육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혼란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내신이 아닌 논술로 당락이 좌우된다면 그것이 바로 본고사"라며 "서울대의 태도에 미온적이고 새 대입제도의 취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는 현 입시정책 라인을 교체하라"고 주문했다.

◆ 행정.재정적 제재 약발 있나=교육부는 서울대가 전형계획을 시정하지 않으면 행정.재정적 제재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얼마나 약발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현재 교육부가 문제가 있는 대학에 행사하는 행정적인 제재는 '정원 감축'이다. 관동대는 지난 4월 의대 설립 부대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입학정원 50명 감축 제재를 받았다.

재정적인 제재는 각종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선정 심사 지표의 점수를 깎거나 지원금을 깎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다. 지난해 수시 1학기 모집에서 고교 간 학력차를 전형에 반영했다는 이유로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가 10억원 한도 내에서 올해와 내년에 재정 지원액 20% 감액조치를 받았다.

서울대에 행정.재정적 제재를 한다고 해도 이 정도 수위를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규모로는 서울대 재정 운영에 큰 부담을 주는 정도가 아니어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남중.한애란.박성우 기자 <njki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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